집값 주춤하다더니 한강변은 '천장 뚫기'..비강남 '광동성'도 국민 평형 20억 기본

정다운 2022. 6.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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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강남 지역이 아닌데도 ‘국민 평형’으로 통하는 전용 84㎡ 실거래가가 20억원을 돌파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매매 거래가 뜸한 ‘거래 절벽’ 속에도 서울 비강남 한강변 아파트는 ‘천장 뚫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때 ‘20억원’은 서울 내 상위 20% 아파트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으로도 통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에서 5분위(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20년 12월 처음 2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집값이 쉴 새 없이 뛰다 보니 지난해는 집값이 20억4160만~23억7933만원은 돼야 상위 20%로 쳐줬다. 올 1월에는 이마저도 24억원을 돌파했다. 바꿔 말하면 서울에서 ‘집값 20억원’이 대수롭지 않아졌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최근 실거래가가 20억원을 넘겼다는 소식은 전통 부촌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나 용산구가 아닌 지역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위) 서울에서 동작구는 ‘국민 평형’ 실거래 가격이 20억원을 넘긴 다섯 번째 행정구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은 전용 84㎡가 올 들어 25억4000만원에 손바뀜한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단지 전경. (윤관식 기자) (아래) 서울 성동구 금호동 일대 아파트는 압구정동, 성수동 등 주요 지역으로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한강변에 위치해 몸값이 높다. (윤관식 기자)

▶‘25억’ 흑석동 리버하임 따라서

▷압구정 건너 금호동 전용 84㎡ 20억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C는 지난 2월 11일 25억4000만원(5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주택의 직전 최고가는 지난해 12월 계약서를 쓴 23억원(11층)짜리 매물이었는데, 올 들어 2억4000만원 더 뛴 가격에 손바뀜이 이뤄진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10층 매물이 24억8000만원(4월 16일)에 계약서를 쓰면서 신고가보다는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물 호가는 25억~26억원에 형성돼 있다. 이 아파트 전용 84㎡ 실거래가가 20억원을 처음 돌파한 게 2020년 12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6개월여 새 시세가 5억~6억원가량 뛴 셈이다.

이로써 동작구는 서울 25개구 가운데 다섯 번째로 국민 평형 실거래가가 25억원을 넘긴 자치구로 자리매김했다. 이전까지 국민 평형 아파트가 25억원 이상에 손바뀜한 곳은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 3구와 성동구뿐이었다. 흑석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크로리버하임이) 강남과 여의도, 용산 등과 가까운 한강변 신축 단지인 데다 낙후 지역이었던 흑석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기대감이 아파트값에 반영됐다”고 설명한다.

동작구 외에 광진구, 성동구 등 이른바 ‘광동성(광진·동작·성동구)’ 지역에서도 아파트값이 20억원을 넘기거나 20억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광진구 광장동에서는 지난해 처음 국민 평형 실거래가가 20억원을 넘겼다.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가 지난해 10월 21억1000만원(4층)에 팔렸고, 그보다 두 달 전인 8월에는 ‘광장현대홈타운11차’ 전용 84㎡가 21억원(1층)에 주인이 바뀌었다. 앞서 같은 해 3월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데서 2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신고가를 다시 썼다. 이후 같은 평형 거래는 잠잠한 상태. 최근 이들 아파트 호가는 각각 22억5000만원, 20억~23억원에 형성돼 있다. 실거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2020년 6월 광장힐스테이트 같은 평형이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2년 만에 시세가 4억~5억원가량 뛴 셈이다.

광장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매물 호가가 각각 22억5000만원, 20억~23억원에 형성되면서 거래가 뜸해졌다”며 “다른 단지에서도 호가를 낮춘 급매물 위주로 소화되는 중인데 매매가 급하지 않은 집주인은 호가를 유지하며 관망하는 중”이라고 알려줬다.

한강과 중랑천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성동구 금호동4가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는 전용 84㎡A가 올 1월 20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처음 ‘20억원’을 넘겼다. 이 평형은 단지 내에서도 한강 조망이 가능한 동에 위치해 있다. 한강뷰 프리미엄이 2억~3억원가량 껴 있기는 하지만 금호동에서 국민 평형 실거래 가격이 20억원을 넘긴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20년 4월 같은 평형이 14억9000만원(8층)에 팔린 바 있다. 같은 동네 ‘서울숲푸르지오1차’에서는 지난 4월 전용 84㎡가 19억원(13층)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이후 한강 조망 가능한 매물 호가가 20억~21억원에 형성되면서 ‘20억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외에도 20억원까지는 아니지만 국민 평형이 대출금지선(15억원)을 뚫은 사례는 꽤 많다. 지난 2월 성동구 금호동3가 ‘금호자이2차’ 전용 84㎡가 16억2000만원(21층)에 팔리며 1년여 만에 3억원가량 올랐고, 같은 달 광진구 자양동 ‘자양10차현대홈타운’에서는 전용 84㎡가 15억5000만원(10층)에 팔리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대체 불가’ 한강 조망 아파트

▷강남 재건축 규제 ‘풍선효과’론도

비강남 한강변 국민 평형이 20억원을 넘기는 현상을 두고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한강변처럼 희소성 높고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여전한 데다 애초에 고가 주택일수록 대출 규제나 금리 인상 영향을 덜 받아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대체 불가 입지나 입주 물량이 부족한 지역은 거래 가능한 매물이 적은 데 비해 수요 유입이 꾸준하다”고 분석했다. 강남 3구와 인접해 있으면서도 한강변을 끼고 있다는 공통점도 집값 급등 배경으로 덧붙는다.

지난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나서면서 인접 지역인 동작구, 광진구, 성동구, 마포구 등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 있다. 강남권을 주축으로 한 재건축 시장이 규제로 발목 잡힌 사이 용산구 한남뉴타운, 동작구 흑석뉴타운 같은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와 무관한 정비사업지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흑석동, 금호동, 광장동 등이 ‘비강남권 20억원 시대’를 시작하는 지역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마포구, 성동구, 용산구 등 인기 지역 한강변 아파트들은 상승 여력이 남아 있으며 이들 지역 모두 광화문·을지로 등 중심 업무지구로 접근성 좋고, 인근에서는 재개발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김광석 대표는 “비강남 ‘20억 클럽’ 가입은 강남권을 따라가려는 갭 메우기, 똘똘한 한 채 수요, 새 아파트 희소성, 1군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며 “거래량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는 점, 새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 비강남권 곳곳에서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한강변 지역들도 차례로 20억 클럽 합류가 가능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2호 (2022.06.08~2022.06.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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