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에 6만원인데 바글바글..연봉 1억 도수치료사 충격 비밀

안효성 2022. 6.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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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보험사기]


서울 마포구의 A마취통증의학과에서 일했던 B씨는 1년 7개월 동안 병원에서 급여로 1억8818만원을 받았다. B씨는 손으로 물리적인 힘을 가해 증상을 완화해주는 도수치료 전문이었다. B씨는 병원과 환자 치료건당 수당을 받는 계약을 맺었는데, 환자가 몰리며 억대 연봉자가 됐다.
생활체육지도사인 B씨는 무자격으로 도수치료를 하며 병원에서 1년 7개월 동안 1억8800만원을 받았다. 사진은 도수치료 장면. [중앙포토]

그런데 사실 B씨는 도수치료 관련 자격이 전무했다. 의료법과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료 행위인 도수 치료는 의사와 물리치료사 등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B씨는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건강과 체력 증진을 위한 생활체육을 지도할 수 있지만 의료 행위는 할 수 없다.

결국 무자격자인 B씨를 고용했던 병원 원장 C씨는 보험사기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A병원 원장 C씨는 2014년 초 병원 행정 직원 등과 협의한 뒤 물리치료사 대신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을 채용해 도수치료를 하기로 했다.

C원장은 2014년 5월부터 무자격자 8명을 고용해 도수치료를 시작했다. 도수치료 가격은 30분당 6만원이었고, 이렇게 받은 치료비의 일정 비율을 이들 무자격자 8명에게 나눠주는 방식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물리치료사보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은 생활체육지도사를 채용하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A병원은 호황을 누렸다. 30분당 6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환자가 몰린 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덕분이었다. C원장은 어깨나 목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도수치료사에게 치료 받는 것이 좋다. 도수치료비는 추후 실손보험에서 보험금을 청구해 돌려받을 수 있다"며 도수치료를 권했다. 일부 환자는 2015년 4월부터 7월까지 석달 동안 도수치료 30회 받기도 했다.

A보험사 도수치료 보험금 청구 현황.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2014년 5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년 7개월 동안 이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보험사에서 보험금 3억9900만원을 타갔다. 병원이 돈을 번 만큼 무자격자 8명도 거액을 챙겼다. 이들이 같은 기간 병원에서 받은 금액만 총 2억6000만원이다. B씨가 1억8818만원으로 가장 많이 받았다. 다른 직원들은 각각 4271만원, 1860만원 등을 받았다.

A병원과 무자격 도수치료사의 좋은 시절은 한 보험사에 “무자격자가 도수치료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가며 막을 내리게 됐다. C원장은 보험 사기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C원장은 재판에서 “도수치료는 물리치료와 별개의 개념으로서 단순한 운동치료 행위에 불과하다”며 “법리상 의료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물리치료사가 시행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재판부는 이런 C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수치료 전에 원장 C씨의 진단과 처방이 있었던데다, B씨 등도 단순히 운동 방법을 알려준 게 아니라 치료 목적의 스트레칭 요법을 시행해서다. 생활체육지도사는 운동 방법 등을 지도할 수는 있지만, 직접 치료 행위를 할 수는 없다.

재판부는 “환자에게 용태를 물어 증세를 판단했다면 진찰”이라며 “그에 따라 환부 또는 척추나 골반에 나타나는 구조상의 이상에 대해 도수 치료 등으로 반복한 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2017년 8월 C원장에게 보험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손보험금 지급사유가 없음에도 보험회사를 속여 돈을 편취해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다만 C원장은 같은해 11월 2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을 감경받았다. C원장이 반성하고 있는데다, 허위로 받은 보험금을 보험사에 반환했다는 이유다. 현재 C원장은 여전히 A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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