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李 공천 조사해야" "文 부동산 정책부터"..친문·친명 전쟁

김효성 2022. 6. 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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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9 대선에 이어 6·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의 내전에 돌입했다. 선거 패배 책임을 둘러싸고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가 서로를 겨냥하며 충돌하면서다.

선거패배 이후 사퇴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대신해 당을 임시로 이끌게 된 박홍근 대표 직무대행(원내대표)은 최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해 돌파구를 찾겠다고 했지만, 당내에선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8월 말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조기 전대를 요구하는) 소수의견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시간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며 “당헌·당규에 정해진 대로 하는 게 (8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당초 친이재명계 일각에서 거론되던 조기 전당대회는 치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이재명 의원의 전대 출마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8월 전당대회까지 약 3개월간은 새 비상대책위원회가 임시 지도부 역할을 맡는다. 오 대변인은 “다음 비대위는 ‘혁신형’ 비대위가 될 것이다.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선거결과를 평가하며 당 쇄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비대위에 선거패배 요인을 분석하는 역할까지도 맡기겠다는 의미다.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박홍근 당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을 의원들이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형태는 지방선거 패배 직후부터 친문재인계가 줄곧 제기해왔다. “선거 패인을 분석하다 보면 대선에서는 후보로, 지방선거에선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역할한 이 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친문계의 계산이다. 이를 통해 이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친문계 의원은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는 차기 당 대표 자리가 걸려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 전당대회’를 제기했던 이재명계는 이에 반발하지는 않았다. ‘이재명 책임론’이 격하게 제기된 상황에서 전당대회 시기까지 앞당겼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재명계 의원은 중앙일보에 “지방선거 직후여서 이 의원이 최대한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당내 불만들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며 “대선을 거치며 당원·대의원 중엔 이 의원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이 생겼다. 8월에 전당대회를 하더라도 대세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김성룡 기자

민주당은 다음 주 의원총회를 열고 새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이르면 10일 이전에 새 비대위원장을 뽑는다. 새 비대위원장이 선출되면 박 직무대행은 원내대표 역할만 맡는다. 오 대변인은 “원내 사안이 중요해 박 대행이 당무까지 겸하는 건 과중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연석회의에서 이런 결론이 나기까지 친문재인계와 친이낙연계는 약 4시간 동안 ‘이재명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이날 회의에는 100여명이 참석했는데 이중 발언자 30여명 중 20명이 넘는 이가 친문재계와 친이낙연계였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경선당시 ‘이낙연 경선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홍기원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패배는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가 명분없는 출마를 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책임은 두 사람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계 중진인 설훈 의원도 “이 의원이 이 전 대표를 삼고초려했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긴 어려웠어도 구청장 자리는 보전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병훈ㆍ윤영찬ㆍ김영배 의원 등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 전 대표를 지지했던 캠프 출신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도 발언대에 섰다. 이들은 “패배한 두 차례 선거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평가를 해야 한다”며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응당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상당수는 지난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송 전 대표와 이 의원의 공천 과정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선거가 치러지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선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은 “이 의원과 송 전 대표를 각각 인천 계양을과 서울시장에 공천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회의장에선 “그럼 조사위원회를 꾸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또 다른 의원은 “이 의원은 왜 원내대표 경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전당대회까지 개입하려고 하느냐”는 주장도 폈다. 이재명 전대 출마설을 정면으로 비판한 발언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원창묵 원주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의 거리 유세가 펼쳐진 강원 원주시 무실동 시청사거리에서 원 후보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의에 참석한 서울권 중진 의원은 “토론에 참여한 70~80%의 의원은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연석회의에서 말을 아꼈다. 정성호ㆍ김병욱ㆍ김영진ㆍ김남국 의원 등 이재명계 핵심 7인회 소속 의원들은 연석회의 내내 침묵을 지켰다. 이 의원도 지역일정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연석회의가 끝난 뒤 “한쪽만 얘기를 하니까 싸울 일은 없었다. 토론을 할 분위기여야 토론을 하지 않느냐”고만 했다.

대신 회의에선 대선 때 이 의원을 도왔던 '범이재명계' 의원들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일부 초선 의원은 ‘이재명 책임론’이 나오자 “문재인 정부 집권 5년 동안 벌어진 부동산 정책 실패를 먼저 평가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선거 패배의 주된 요인이 이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앞서 이 의원과 가까운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3일 오전 페이스북에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특정인이 지목되고, 마녀사냥이 되고 있다”며 이 의원을 두둔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회의에서 친문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은 이재명 의원과 가까운 백혜련 의원을 향해 “의원 단체 채팅방에 올린 ‘친문계 비방글’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양문석 전 경남지사 후보가 친문계를 향해 ‘바퀴벌레’라고 지칭한 글을 백 의원이 공유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하지만 백 의원은 “선거에 진 후보의 절절한 글이다. 내릴 수 없다”며 거부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서도 “내려달라” “싫다”며 티격태격했다.

신경전도 하루종일 이어졌다. 연석회의를 앞두고 이낙연계 모임인 ‘대산회’가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대산회에 이어 정세균계 모임인 ‘광화문 포럼’까지 해체를 선언했다. 이낙연계 이병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전 대표를 도왔던 의원들이 당시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몇 차례 친목을 다진 바 있다. 계파로 오해될 수 있는 친목 모임을 해체키로 했다”고 밝혔다. 광화문포럼 회장인 김영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당내 모든 계파정치의 자발적 해체만이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계에선 ‘당을 계파대결로 몰아간다’고 다른 계파를 비판해왔는데, 이낙연·정세균계가 먼저 해체를 선언한 건 이재명계에 대해 계파를 해체하라는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앞두고 전운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강태화·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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