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어 지방선거도 참패..민주당, 사실상 내전 돌입

김효성 2022. 6. 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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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에 이어 6·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의 내전에 돌입했다.

선거 패배 책임을 둘러싸고 친 이재명계와 친 문재인계가 서로를 겨냥하며 충돌하면서다. 민주당은 일단 8월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기로는 결정했다. 당초 친 이재명계 일각에서 거론되던 조기 전당대회는 치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선거패배에 따라 사퇴한 비상대책위를 대신해 당을 임시로 이끌게된 박홍근 원내대표는 향후 당 수습 일정과 관련해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전쟁'은 벌어졌다.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소위 친문재인계와 친이낙연계는 ‘이재명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홍기원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패배는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가 명분없는 출마를 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책임은 두 사람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계 중진인 설훈 의원도 “이 의원이 이낙연 전 대표를 삼고초려했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긴 어려웠어도 구청장 자리는 보전했을 것”이란 주장까지 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박홍근 당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을 의원들이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병훈·윤영찬·김영배 의원 등 대통령 경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의원, 과거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의원들도 발언대에 섰다. 이들은 “패배한 두 차례 선거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평가해야 한다”며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응당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에선 선수로, 이번 지방선거에선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역할한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일부 의원은 “이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를 각각 인천 계양을과 서울시장에 공천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 의원은 왜 원내대표 경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전당대회까지 개입하려고 하느냐”는 주장도 폈다. 이재명 전대 출마설을 정면으로 비판한 발언이다.

이낙연계인 전혜숙 의원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다투면서 선거 막판에 후보들이 얼만 힘들었는지 아느냐. 왜 아무것도 모르는 분을 앉혔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을 추천한 이 의원의 책임론을 제기한 또 다른 주장이다.

친문재인계의 핵심이자 '이재명 당 대표 출마설'과 제1선에서 맞서 있는 잠재 당권 주자 전해철·홍영표 의원은 연석회의에서 발언하지 않았다. 다만 홍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이 의원은 대선 때 자신을 지지한) 1614만명이 뭉쳐서 도와줄 것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가졌다”며 이 의원의 출마와 지방선거에서의 역할을 비판했다.


직접적 반응은 삼간 이재명계…일각선 “文정부 부동산 반성부터”


이런 비판에 이재명계인 정성호·김병욱·김영진·김남국 의원 등 7인회 소속 의원들은 연석회의에서 모두 침묵을 지켰다. 익명을 원한 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최대한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직접적 대응을 삼가는 것”이라며 “맞대응했다간 오히려 비판하는 쪽의 목소리만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핵심 친이재명계 의원을 제외하고 지난 대선에서 이 의원을 도왔던 범이재명계 의원들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일부 초선 의원은 ‘이재명 책임론’이 나오자 “문재인 정부 집권 5년 동안 벌어진 부동산 정책 실패를 먼저 평가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선거 패배의 주된 요인이 이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대선 국면인 지난 2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향후 민주당 내 계파 대결은 더 첨예해질 전망이다. 이날 이낙연계 모임인 ‘대산회’와 정세균계 모임인 ‘광화문 포럼’은 해체를 선언했다. 광화문포럼 회장인 김영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당내 모든 계파정치의 자발적 해체만이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모임을 가졌던 이낙연계의 이병훈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 전 대표를 도왔던 의원들이 당시의 인연을 이어가고자 몇 차례 친목을 다진 바 있다.계파로 오해될 수 있는 친목 모임을 해체키로 했다"고 밝혔다.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계에선 ‘당을 계파대결로 몰아간다’고 다른 계파를 비판해왔는데, 이들이 해체를 선언하면서 비판 명분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다음 비대위는 ‘혁신형’ 비대위가 될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선거 결과를 평가하며 당 쇄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음 주 중 의원총회를 열어 새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비대위원장으로는 당 사정을 잘 알고 계파 간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당 원로가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석회의에선 지방선거에서 강원지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광재 전 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추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강태화·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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