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日극우 재판에 "억울"..위안부 다큐 상영날 무슨일이
“억울한 판결인데요….”
3일 오후 4시, 일본 요코하마(横浜)시 요코하마지방법원. 벌금형 선고 소식을 들고 굳은 표정의 변호사들이 나오자 박수남 (87) 감독이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재판 결과에 대한 소회를 묻자, 박 감독은 한국말로 “잠깐만요”라며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박 감독이 한 말은 “마지막까지 우리들은 싸우겠다”였다. 휠체어에 앉은 박 감독, 고령의 그를 끝까지 ‘싸우겠다’고 만드는 존재는 무엇일까.
위안부 다큐멘터리 ‘침묵’ 그리고 기소
상영회 날, 어김없이 방해가 시작됐다. 영화 상영회장에 들어오려는 극우단체 회원을 막아서면서 일이 불거졌다. 혐한 발언을 자주 하는일본제일당 소속의 인물이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경찰에 신고를 했다.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활동가들은 “스스로 발을 헛디뎌 넘어진 것”이라고 반박했고, 도착한 경찰은 해프닝으로 보고 돌아갔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년 뒤, 일본 검찰이 일본인 활동가 2명을 폭행죄 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4년 뒤인 이날 일본 법원은 이 활동가들에 대해 각각 10만엔(약 100만원), 20만엔(약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혐한 활동을 이어가는 극우단체들로 인해 일본인 활동가들이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박 감독 측은 설명했다.
감바라 하지메(神原 元) 변호사는 “피해자조차 자신이 어떻게 계단에서 굴러 넘어졌는지 모른다”면서 “부당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폭행했다는 영상이나 증언 등 명백한 증거가 없는데도 유죄가 내려진 억울한 판결이라는 뜻이다. 재판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검찰 구형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벌금형이 내려진 점이지만, 이번 판결로 극우단체들의 방해를 막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 됐다.
“미움은 폭력으로 해결 안 돼”
박 감독은 “일본이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는 사실과 그에 대한 책임을 깨달아야 일본에도 미래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일본 사람들에게 그 역사를 알리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부끄러운 역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일본에서 영화를 계속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K팝 이야기도 꺼냈다. “K팝과 한국드라마가 좋아서 한국말을 가르쳐달라고 하는 일본인들이 많다”면서 “이런 사람들이 한·일 관계의 희망”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지금의 한일관계 악화는 양국 정부가 만든 것일 뿐, 양국 시민 사이에는 친선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이런 것들을 양국이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이 한일관계 개선의 밑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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