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7 요한슨 디렉터 "안테나 접시로 복음 전한다.. 팬데믹서 효과"
문맹률이 높고 여성의 사회 활동은 어려운 무슬림 국가에서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방법이 있을까. 이 같은 고민의 해법으로 제시된 게 위성방송이다. 접시 모양의 안테나만 달면 글을 읽고 쓸 수 없어도 누구나 어디서건 방송으로 복음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통제가 심화됐던 팬데믹 시기엔 위성방송의 효과가 극대화됐다.
초교파 기독교 위성방송 단체인 SAT-7의 아시아 담당 커트 요한슨 디렉터는 2일 서울 서초구 가비제작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위성방송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SAT-7은 1996년 5월 아랍어 채널인 ‘SAT-7 아라빅’으로 방송을 시작해 현재 아랍어 터키어 이란어 등 3개 언어 채널과 어린이 전용채널까지 총 4개 위성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북아프리카 전역과 남수단 지역 국가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걸프국가, 이라크 터키 아제르바이잔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총 25개국에 방송되고 있다. 이 지역은 현재 인구의 3.5%만 신앙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AT-7은 해당 지역의 위성수신 안테나가 설치된 4억명 가량을 잠정적 시청자로 추산하고 있다.
요한슨 디렉터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랍국가에서 위성 방송은 가장 대중적인 미디어”라며 “이란 등 일부 국가가 위성방송 설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을 검열하거나 수신을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동 국가에서 본 풍경을 소개했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난민촌에도 TV와 수신 안테나는 있었고 거주 지역에도 빽빽하게 꽂힌 안테나 접시를 만날 수 있었다”며 “SAT-7은 기독교가 박해받는 환경에서 어렵게 신앙생활을 하는 현지 성도들이 집에서 자신의 언어로 설교·찬양 등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위성방송의 강점이 발휘된 건 코로나 팬데믹이다.
요한슨 디렉터는 “터키 채널의 경우 팬데믹 이전보다 시청자가 3배 가까이 급증했고 아랍어 채널은 2배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효과도 나왔다. 예배는 가장 인기 많은 프로그램이 됐다.
그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심리적으로 힘들어진 사람이 많아졌고 사람들의 프로그램 수요도 달라졌다”면서 “라이브 전화연결을 하면 익명으로 ‘진짜 진리는 무엇인가’ 등 영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도 급격히 늘었다. 시청 후에도 질문은 계속됐다”고 했다.
코로나 전부터 인기 있었던 어린이 채널과 교육 프로그램의 시청자수도 급증했다. SAT-7 연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현재 키즈 채널과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시청자수는 전년 대비 각각 70%, 335% 증가했다.
요한슨 디렉터는 “2007년 12월 아랍권 최초로 시작한 SAT-7키즈는 종교적 배경을 막론하고 많은 아랍권 부모들에게 안전한 어린이 채널로 인식됐다”며 “SAT-7 아카데미로 보급되는 무료 교육 프로그램은 팬데믹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랍권 어린이들을 물론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난민 어린이까지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SAT-7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단순하다. 철저한 현지화다. 현지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프로그램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걸 현지인들이 만들도록 했다. 따라서 언어권별 채널에서 같은 프로그램은 없다.
요한슨 디렉터는 “방송이 되는 지역들은 예수님이 태어나 활동한 무대인 동시에 수 천 년 전부터 지역교회가 있었다”며 “교회를 기반으로 한 제작 스튜디오와 현지 방송국이 사역의 현장성을 담아 제자훈련 및 신학 관련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말했다.
SAT-7이 기대하는 건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교회가 자리잡는 것이다.
요한슨 디렉터는 “SAT-7은 제자훈련을 중요시해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많다. 모이는 게 자유롭지 못한 중동 국가에서 SAT-7을 보며 가정에서 예배하고 제자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목회자나 리더도 양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SAT-7은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 지난해 2월 젊은 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애플리케이션 SAT-7 플러스다.
요한슨 디렉터는 “중동 지역 인구의 절반 이상이 23세 이하의 청년들인데 그들은 TV보다 스마트폰에 더 익숙하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SAT-7 앱의 경우 언어권별 채널로 구분해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면 플러스는 여성 아동 등 주제와 언어로 구분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여기에 TV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청년들을 위한 플러스 전용 프로그램을 제작, 공급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SAT-7플러스를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다문화 사역을 하는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에게 이 앱은 무료로 제공하는 선물이다. 현지인들이 원어로 제작한 프로그램인 만큼 복음을 전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 “때문에 우리도 한국교회와 소통하고 협력관계를 가져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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