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을지언정 프로페셔널"..1600만 열광한 新노동찬가

“눈은 무심하게 고객을 살피는 직장인의 표본”
놀이기구에 타면 머리도 옷도 신발도 다 젖으니 주의하라는 안내를 ‘속사포 랩’으로 쏟아내는 에버랜드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해당 영상의 댓글 창에는 “눈에 힘은 없지만 일은 해낸다”며 자신이나 주변을 떠올리는 2030 직장인이 줄 잇고 있다. 이 영상은 3일 기준 유튜브 조회 수 1590만 회를 넘었다.
‘소울리스 좌’에 2030 왜 공감하나

이처럼 일터에서 최적의 효율을 가지고 업무를 톡톡히 해내는 태도가 MZ세대의 새로운 노동 가치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무에서 자기감정이나 체력을 전부 쏟지 않고 적정선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호텔 주방보조 아르바이트생인 20대 최모씨는 “과하지 않고 욕만 안 먹을 정도로 소울리스하게 알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소울리스’를 ‘적당하게’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동영상 편집 일을 해 밤샘 야근이 잦다는 직장인 A씨(31·여)씨도 “김씨처럼 체력을 다 쓰지도 않고, 영혼을 갈아 넣지도 않지만 할 일만큼은 제대로 하는 게 요즘 직장인의 자세”라고 말했다.
“소울리스=프로페셔널”

김씨 영상 댓글에도 “영혼은 없을지언정 맡은 소임은 철저히 하는 진정한 프로페셔널” “열정적이지 않지만 능숙하게 일을 해내는 통달의 경지”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소울리스라는 업무 태도가 시간이나 노력 없이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30대 직장인 정모씨도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한 분야에 진심인 소울리스를 가볍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효율적인 노동 에너지를 중시하는 2030 직장인 사이에서는 일에 과몰입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대면 업무를 하는 직장인 최모(34)씨는 “한국이 업무에 헌신하던 사회는 이제 지났다고 본다”며 “서비스업이라는 이유로 고객에게 바짝 엎드릴 필요도 없고 사회 전체에서 완급 조절이 필요한 시기 같다”고 말했다.
“무표정한 직원은 좀…” 소울리스 반론도

전문가는 MZ세대의 과거와 달라진 직장 가치관을 소울리스가 대변한다고 해석했다. 한국경영학회장을 지낸 유관희 고려대 명예교수는 “과거보다 노동에 대한 철학이 약해지면서 직장 선택 기준이 급여나 복지 등 내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나를 우선순위에 놓고 일하다 보니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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