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민의 식의약이야기]불면증을 치료하는 식품은 없다

2022. 6.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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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현대인에게 심각한 문제
건강식품 분야에서도 화두
수면질 개선에 도움주는 정도
불면증 해결엔 치료받아야

우리는 아침인사에 만나면 ‘굿모닝’ 혹은 ‘좋은 아침’인지를 묻는다. 그런데 그런 인사에 긍정적인 답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좋은 잠이 선행돼야 한다. 과학적으로도 잠이 건강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일반상식이고, 최소 6시간 이상 수면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예전에는 한여름 밤의 무더위만 아니라면 야간에 TV 외에 할 일도 없고 일부 수험생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일찍 잠이 들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면 어른들은 항상 새벽부터 일어나서 일을 해야 부지런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리고 농경사회에선 해가 뜨기 전에 일을 해야 덜 고되고 일의 능률이나 작물 재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일찍 잠이 들고 숙면을 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일찍 잠드는 행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다시 시작된 회식, 24시간 지속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그리고 가장 심각한 것은 휴대폰이다. 휴대폰은 이미 우리 손에서 5분 이상 떨어지기 어려워 무덤에 가기 전까지는 이별이 어려워진지 오래다. 이로 인해 현대인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수면’이다. 수면 문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잠에 들지 못하는 불면이고, 다른 하나는 수면의 질이다.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잠을 적게 잔다는 설이 있는데, 필요에 의해서는 아닐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가장 각광받는 건강식품 분야가 바로 수면에 관한 제품이고, 역시나 과대광고가 가장 극성인 상황이다.

위의 두 가지 문제를 합쳐서 의학적으로 불면증이라고 한다. 불면증은 적절한 환경과 잠잘 수 있는 조건이 구비됐으나 2주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며, 3가지 형태가 있다. 불면증 환자는 잠들기 힘들거나, 야간에 자주 깨거나, 새벽녘에 일어나 잠을 설치는데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되면 인터넷 등에서 수면에 도움을 준다는 식품을 찾게 된다.

우선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가 포함된 제품이다. ‘수면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만 허가를 받은 것인데, 감태추출물·미강주정추출물·유단백가수분해물 단 3가지 원료가 있다. 그리고 이런 물질이 원료로 사용된 건강기능식품은 반드시 광고 전 자율심의를 받고 심의 내용대로 광고를 해야 하는데, 그 내용은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지 불면증을 치료한다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수면관련 식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대적인 조사를 했더니 무려 150개 회사가 행정처분을 받았다. 수면에 대한 과대광고는 크게 불면증 치료제나 수면유도제라는 과대광고, 일반식품인데 수면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처럼 오인·혼동을 유발하는 과대광고, 건강기능식품 자율심의를 받은 내용과 다르게 광고하는 3가지로 분류된다. 전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서 동시에 고발되면 최고 징역 10년 이하의 처벌까지 가능한 심각한 범죄 행위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확고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불면증은 질병이고, 질병은 병원을 찾아서 치료를 받아야지 식품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건강기능식품조차 불면증을 해결할 수는 없고, 단순히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정도가 전부다. 심지어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줄 수 있다고만 표시 또는 광고할 수 있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인정 과정은 통계적으로 유의적인 수치만 있으면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정도의 효능이나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 키 성장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은 내용을 보면 12주 동안 해당 기능성 원료를 섭취한 아이가 섭취하지 않은 아이에 비해 3.3㎜가 더 자란 경우에도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고 판정받은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3cm도 아니고 고작 3.3mm 정도로도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된다.

이런 상세한 허가 과정을 모르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식약처가 허가한 또는 인정한 기능성 원료가 함유돼 있다는 것으로 의약품과 동일시하거나 제품의 효능·효과를 과신하기 쉽다. 굳이 수면 관련 건강식품을 구매하고 싶다면 일단 광고에서 불면증 치료나 수면장애라는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화면을 닫아야 한다.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려면 건강기능식품 마크나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표시됐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광고처럼 '꿀잠'을 잘 수 있게 해주는 식품은 없고, 널리 알려진 방법대로 수면에 들기 전에 휴대폰이나 TV를 멀리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

일부 건강식품이나 해외직구 제품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 섭취로 인해 근본적인 수면부족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일시적 식품 섭취로 인해 증상이 완화된 것처럼 느껴져서 실제로는 상태가 심각해져서 병원을 찾아야 할 시기를 놓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잠이 부족한 것은 약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하며, 결국 물리적으로 충분한 시간의 숙면이 필요하지 단순하게 식품 섭취로는 절대로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과대광고에 속지 말아야 한다.

'질병치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을 잊지 말고, 식품은 의약품이 아니라 단기적인 섭취로 효과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명심하자.

식품위생법률연구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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