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강국 되려면 과기-산업부 이기주의 청산해야 [유준상의 돌직구]

유준상 2022. 6.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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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정책 부처 2개 보유국 딜레마
개발 따로 상용화 따로? SMART 교훈
개발-산업화-상용화-수출까지 협조 절실
세종정부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데일리안 DB

우리나라는 원자력 정책을 추진하는 머리가 2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다. 원자력 분야 초기 연구개발은 과기부가 담당하고, 사업화와 상용화는 산업부가 맡고 있다. 머리가 2개이다 보니 정책 추진에 있어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히고 이견이 발생하면서 정책 추진이 지연되는 점이 문제다.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개발해온 중소형 규모 일체형 원자로 SMART 사례가 대표적이다. SMART는 전세계 SMR 중 최초 표준설계인가(2012년)를 받고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으나 수출 적기를 놓쳤다. SMART가 수출 대상국에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국내 실증로 건설이 필수적이었으나 이후 과기부와 산업부 간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건설을 이뤄내지 못했다.


원자력계에 따르면, 당시 SMART 개발 및 실증화는 정부산하 원자력 유관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당시 포스코 등 민간기업은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산업부가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SMART 국내 건설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한 원자력계 인사는 "SMART 연구개발은 과기부가 했고 산업부는 우리가 개발한 것도 아닌데 왜 국내에 건설해 골치덩어리를 만드냐는 식으로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기술개발, 실증화, 산업화, 수출까지 컨센서스가 모아질 법도 한데 과기부와 산업부가 서로 방관하다가 산업화와 수출 적기를 날렸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 개발은 시간이 곧 경쟁력인 점을 고려할 때 SMART 사례는 막대한 국익과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 케이스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 강국 청사진을 그리며 원전 정책을 활성화하고 있지만 부처간 이기주의가 지속된다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원자력 정책 총괄 부처가 2개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정부 행정기관인 미국에너지국(DOE, Department of Energy)이 원자력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DOE는 원자력 기술 개발과 원자력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그 산하에 서로 경쟁하는 20여 개 국립연구소를 두고 있다. 뉴스케일 등 민간기업의 SMR 기술 개발에도 DOE의 기술·재정 지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는 SMART의 전철을 밟지 말고 과기부와 산업부가 열린 협업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술개발 뿐만이 아니라 수출까지 모든 단계에 협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과기부와 산업부가 작년 9월 신청한 i-SMR 기술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가 지난달 31일 통과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6년간 3992억원(국비 2747억, 민간 1245억)을 쏟아 노형을 개발한 뒤 SMR 경쟁이 본격화될 2030년대 i-SMR을 세계시장에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SMART 기술개발을 과기부 산하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주도했다면, i-SMR은 한국수력원자력과 KAERI가 협력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고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등 다수 기관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한수원이 산업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실증화와 산업화 단계에서도 산업부가 SMART때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협력할 여지는 그만큼 크다.


다만 기술개발 위주로 접근하는 과기부와 경제성 위주로 접근하는 산업부의 관점 차이가 추후 단계에서 충돌을 불러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관가에서는 과기부가 주도하는 기술 연구개발이 예산 낭비가 심하다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산업부 내부에 대거 포진돼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두 부처는 초기 개발 뿐만 아니라 산업화, 상용화, 수출까지 적극적인 협력에 임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최강국 도약은 원전 소관 부처인 과기부와 산업부의 부처 이기주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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