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한국교회 향한 신뢰 호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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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가 발표한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 결과에 대한 반응이 다양하다.
우선 조사 연구에 나타난 '신뢰' '호감' '관심'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관심'은 신뢰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보여준다.
세속사회의 신뢰, 호감, 관심을 통해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아프게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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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가 발표한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 결과에 대한 반응이 다양하다. 팬데믹 이후 더 하락한 신뢰도를 누구는 충격으로, 누구는 충분히 예상된 결과로 받아들인다. 왜 굳이 이런 발표로 어렵게 사역하는 현장 목회자들을 더 힘들게 하느냐는 반발도 있다고 한다. 반응이 어떻든 한국교회가 맞닥뜨린 현실임은 분명하다. 지난 2년 반 동안 체감해온 불신의 객관적 수치다.
교회의 길과 세속의 길은 같지 않기에 세속사회의 신뢰 자체가 한국교회의 궁극적 지향점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이 개신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왜 점점 신뢰를 거두는지 따지는 일은 중요하다. 진정한 ‘교회다움’이란 결국 세상과의 올바른 관계 설정에서 출발하는데, 이를 성찰해 돌이키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조사 연구에 나타난 ‘신뢰’ ‘호감’ ‘관심’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먼저 ‘신뢰’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개신교 신뢰도는 18.1%였다. 코로나 확산 직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조사보다 13.7% 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결국 팬데믹 기간에 잃어버린 신뢰의 무게라 하겠다. 응답자 중 개신교인을 제외하면 더 비참하다. 8.8%만이 신뢰한다고 답했다. 코로나 이전의 반토막이다. 신뢰란 믿고 의지한다는 말이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건 그의 행위를 내다볼 수 있고 또 믿을 만하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과 누적된 경험을 통해서만 쌓을 수 있다. 하루아침에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1990년대부터 하나의 흐름이 됐고, 2000년대 들어 거세졌으며, 이젠 회복 가능 여부를 물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개신교를 향한 ‘호감’은 어떨까. 이번 조사에서 25.3%로 나왔다. 종교가 없는 응답자로 한정하면 12.2%로 훌쩍 낮아진다. 비종교인 비율이 어느새 60%를 넘었기에 주목할 건 후자다. 2021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가장 호감 가는 종교”로 개신교를 꼽은 비종교인은 6%에 불과했다. 호감이란 어떤 대상을 좋게 여기는 느낌이다. 이것 없이 신뢰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런데 호감은 그 대상에 대해 만들어진 이미지에 좌우된다. 꼭 개인적 경험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인식에 달려 있다. 올해 국민일보 조사에서 개신교 이미지는 ‘배타적’ ‘물질적’ ‘위선적’ ‘세속적’ ‘이기적’이란 형용어로 설명된다. 타종교와 달리 모두 부정적이다. 성찰을 위해 하나하나 곱씹어야 한다.
‘관심’은 신뢰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보여준다. 작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비종교인 54%가 종교를 갖지 않는 이유로 “관심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1997년 26%, 2014년 45%에서 꾸준한 증가 추세다. 제도종교에 대한 세속사회의 관심 자체가 크게 줄고 있다는 징후다. 관심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신경을 쓰고 주의를 기울이는 걸 말한다. 그래서 무관심은 비판이나 불신보다 훨씬 더 무섭다. 비판도 관심과 기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관심이 없다면 비판도 없다. 계속된 비판에도 달라지는 게 없을 때 우리는 관심을 거둔다. 낮아진 관심은 그간 세속사회의 소리에 귀를 닫아둔 한국교회와 제도종교가 받아든 결과물이다.
세속사회의 신뢰, 호감, 관심을 통해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아프게 확인한다. 호감을 얻고 신뢰를 쌓아가는 일은 긴 시간과 누적된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 수고나 일회적 이벤트로 어찌해보려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제도종교를 향한 관심 자체가 급격히 줄어드는 환경으로 더 고단할 테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교회와 세상의 접점을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사 연구에 사용된 ‘필요’ ‘기대’ ‘역할’의 개념이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다음 글에서 고민해보자.
박진규 (서울여대 교수·언론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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