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문화대혁명이 가능했던 이유
지난 1일 상하이 봉쇄가 풀렸지만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의 파장은 여전하다. 베이징 역시 봉쇄에 준하는 통제가 계속돼 한 달 이상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여러 면에서 의구심을 낳았다.
우선 PCR 검사. 베이징에선 하루 수십 명의 확진자에도 20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에 대한 PCR 검사가 지난 한 달간 거의 매일 진행됐다. 그사이 검사비가 과연 얼마나 들어갔을까. 국영매체 중국신문주간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에서 약 115억 건의 검사를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연간 최대 1조7200억 위안(약 321조원), 중국 GDP의 1.5%가 들었다고 한다.
더 큰 쟁점은 이 비용을 누가 대느냐다. 지난주 중국 보건당국은 PCR 검사비용을 지자체가 전담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쓰촨성의 한 소도시는 1인당 3.5위안(600원)으로 62만 주민에 대한 검사를 장기간 진행했는데 검사 비용이 1년 예산의 10%에 육박했다. 부동산 거래 감소, 각종 세금 감면 조치로 세수가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지방정부의 타격은 더 심각해진다.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밀어붙이는 동안 지역위원회라는 주민 조직의 권력이 표면화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예전 통반장 제도와 유사한데, 아파트 2~3개 정도를 묶여 주민을 관리하는 정부 보조 조직이다. 평소엔 드러나지 않다가 통제 시국에 권한이 막강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현장 봉쇄 수위는 지역위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주민들의 진·출입 허가도 전부 지역위원회를 거쳐야 했다. 일부 지역에서 충돌이 벌어진 건 과잉 충성 탓에 봉쇄를 지속한 지역위원회 탓이 컸다.
그러는 사이 중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현재 가장 크게 떠오른 문제는 취업난이다.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청년이 지방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다는 식의 기사가 심심찮게 나온다. 올해 중국의 대졸자는 1076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다. 16~24세 실업률은 18.2%로(중국 국가통계국)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제로코로나 정책은 중국 정부가 추진한 정책 가운데 가장 논쟁적인 측면이 있다. 리커창 총리와 류허 부총리가 경제가 더 중요하다는 언급을 해 지도부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시민·대학생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지만 당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지방정부와 하부 조직을 동원해 어떻게 밀어붙이는지 제로코로나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외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기 시작한 건 새삼 그 실체를 직시했기 때문이다. 홍위병을 동원한 문화대혁명이 그냥 가능했던 게 아니다.
박성훈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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