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집시법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근거해 집회 시위 현장에서 직권으로 소음을 측정한다. 등가소음도와 최고소음도 두 가지 측정 방식을 병행한다. 등가소음도는 10분간 발생한 소음의 평균값을 측정한다. 수 분간 최대치로 틀어놨다가 나머지 시간은 ㏈(데시벨)을 줄여 처벌을 피하는 꼼수를 단속할 수 없었던 이유다. 2020년 12월 신설된 최고소음도는 1시간 동안 3회 이상 기준 초과 시 위반이 된다. 등가소음도 허점의 악용을 차단하고 주민의 평온권을 두텁게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최고소음도는 일본과 독일, 미국 뉴욕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소음 기준을 위반하면 경찰이 집시법 제14조에 따라 기준 이하 소음 유지, 또는 확성기 사용 중지 명령, 확성기 일시 보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소음 측정 횟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유지·중지 명령 조치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1월~10월까지 4만1263회의 소음 측정 결과 유지·중지 명령은 1364회(3.3%), 일시보관은 3회(0.01%)였다. 나머지 3만9896회(96.7%)는 기준 이하였다. 대부분은 경찰이 “줄여주세요” 하면 협조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주변 집회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문재인 정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며 양산경찰서를 항의 방문했다. 사저 주변에서 욕설과 고성이 뒤섞인 보수단체의 집회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경찰의 측정 결과 이들 집회가 최고소음도 기준을 위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 이상으로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거주자의 평온권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선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더해 욕설이나 혐오성 발언을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추가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장 경찰들도 보수단체의 집회 내용은 명예훼손 소지가 다분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사저 주변 소음 문제는 수사로 풀면 되지 혐오성 표현을 규제하는 집시법 개정으로 접근할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차라리 금지통고에 앞서 제한통고부터 하게 되는데, 벌칙조항이 없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전면적인 집회 시위 금지통고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처분이 될 수 있다.
위문희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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