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30 젠더 갈등 이용하는 정치권의 추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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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대변인, 개딸 아빠…갈라쳐 표 얻기 급급
6·1 지방선거에서 성별 표 쏠림 현상 더 심해져
6·1 지방선거에서 2030세대 남성과 여성의 표심 간극이 석 달 전 대선 때보다 더 커졌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이대남(20대 이하 남성)의 65.1%가 국민의힘 후보를, 이대녀(20대 이하 여성)의 66.8%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30대 남녀에서도 경향이 비슷했다. 다른 세대에선 성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유독 2030세대에서 ‘젠더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 젠더 갈라치기에 열중해 왔다. 지난 대선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대남의 대변인을 자처했고,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관련 무고죄 신설 공약을 내걸었다. 대선 때 ‘구조적 성차별’을 강조한 이재명 후보는 20~30대 여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 딸)의 아빠를 자임했다. ‘페미니즘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 때부터 곪기 시작한 상처가 덧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완화하려면 2030세대의 인식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리서치 등의 조사에 따르면 ‘육아의 일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고 여기는 20~30대 남성은 20% 안팎에 불과했다. 동시에 ‘생계의 일차적 책임이 남성에게 있다’고 답한 20~30대 여성도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기성세대에 비해 젊은 세대의 성 평등 의식은 매우 높다.
대신 ‘차별’과 관련해서는 남녀가 극명한 인식 차이를 보인다.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지에 대해 20~30대 여성은 80% 이상이 그렇다고 답한 반면, 20~30대 남성은 40% 안팎만 동의했다. 반대로 남성 차별의 심각성에 대해 20~30대 남성은 70% 이상이 동의해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훨씬 높았다. 여성은 우리 사회에 ‘유리 천장’이 여전하다고 느끼는데, 젊은 남성은 입시나 취업에서 뒤지는 경우도 많은데 ‘왜 남자만 강자냐’고 되묻는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성희롱이나 성차별 기준도 매우 엄격하다. ‘여성 혐오 범죄’ 등에 민감한 반면, 젊은 남성들은 “우리가 무조건 가해자냐”며 성폭력 사건에서 무죄 추정 원칙이 무시됐다고 반발한다. 2030이 젠더별로 보수 또는 진보화했다기보다 자신들의 처지에 동조하는 정치 세력에 몰표를 주는 셈이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결혼 기피나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는 성별 구분 없이 ‘군 복무 가산점’과 ‘경단녀 재취업 지원’에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진정한 성 평등 정책 마련에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초기 내각을 남성 일색으로 채웠다가 부랴부랴 여성을 기용한 윤석열 정부부터 이런 작업을 주도해야 한다. 청년의 아픔에 올라타 생존하려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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