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내 분신을 대면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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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면서 운명을 생각해봤습니다. 살다 보면 인생에는 여러 갈림길이 있고, 급류를 타는 순간도 있습니다. 두 번째 기회를 갖는 순간도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뒤로 돌아가 바꿀 수 없죠.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 소설을 쓰며 저는 나의 의지로 결정한 존재의 양태와 나를 구성하는 여러 가치관, 그리고 사랑하는 존재들은 결코 나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서로 다른 인물들이 자신과 똑같은 분신을 대면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 지 궁금해 쓰게 된 소설"이라며 "한 명의 주요 인물이 여러 다른 상황을 겪어가며 이면을 탐색하는 보통의 소설과 달리, '아노말리'는 여덟 명의 각기 다른 인물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어떻게 다르게 반응 하는지에 관한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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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소설을 쓰면서 운명을 생각해봤습니다. 살다 보면 인생에는 여러 갈림길이 있고, 급류를 타는 순간도 있습니다. 두 번째 기회를 갖는 순간도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뒤로 돌아가 바꿀 수 없죠.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이 소설을 쓰며 저는 나의 의지로 결정한 존재의 양태와 나를 구성하는 여러 가치관, 그리고 사랑하는 존재들은 결코 나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노벨문학상, 부커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공쿠르상의 2020년 수상작 ‘아노말리’가 민음사를 통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인 저자 에르베 르 텔리에(65)는 서울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소설, 희곡, 시를 쓰는 작가이자 수학자이며 기자, 언어학 박사이다.
소설은 세 달의 시간차를 두고 자신의 ‘분신’을 대면한 다양한 사람들이 이를 통해 삶의 진실과 조우한다는 내용을 그린다. 파리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사이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가 3개월 뒤 동일한 지점에서 난기류를 만나고,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3개월 전의 자신인 ‘분신’을 만난다는 이야기.
분신과의 만남을 통해 저자는 ‘자신과의 대면’을 말한다. 그는 “서로 다른 인물들이 자신과 똑같은 분신을 대면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 지 궁금해 쓰게 된 소설”이라며 “한 명의 주요 인물이 여러 다른 상황을 겪어가며 이면을 탐색하는 보통의 소설과 달리, '아노말리'는 여덟 명의 각기 다른 인물들이 동일한 상황에서 어떻게 다르게 반응 하는지에 관한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아노말리’는 평균 40만부인 기존 공쿠르 수상작 판매 부수를 뛰어넘어 프랑스에서만 110만부가 팔렸다. 그는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코로나 덕을 봤다”며 “제 책이 봉쇄령의 지속으로 좌절감이 쌓여 있던 프랑스 사람들에게 탈출구가 됐고 숨통을 트이게 해준 게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공쿠르상 발표는 파리 봉쇄령이 해제된 시점에 이뤄지면서 서점을 찾는 시민들의 소비로 이어졌다.
한국에 처음 온 그는 "한국을 잘 알지는 몰랐다"면서 "그래도 프랑스에서 봉쇄령 기간 때문에 한국 영화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 오징어게임, 부산행을 재밌게 본 작품"으로 꼽았다. 특히 영화 ‘부산행’에 대해 "좀비 자체를 심층적으로 다룬다기보다는 좀비의 출연 이후 사회 군상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세상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기 때문에 훌륭하다"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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