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상·100만부 다 잡은 작가 "분신을 만난다면 어떨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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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이자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공쿠르상 2020년 수상작 '아노말리'(민음사)가 국내 출간됐다.
팬데믹 속에서 프랑스 독자들이 환호한 작품으로 110만부가 팔렸다.
작가는 살인청부업자, 소설가, 나이지리아 뮤지션, 미국인 소녀, 비행기 기장, 미국인 변호사, 노년에 접어든 건축가와 그의 젊은 연인인 영화 편집인 등을 등장시켜 이들이 자신의 분신에 보이는 반응을 자기 살해부터 자기희생까지 다양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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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이자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공쿠르상 2020년 수상작 ‘아노말리’(민음사)가 국내 출간됐다. 팬데믹 속에서 프랑스 독자들이 환호한 작품으로 110만부가 팔렸다. 세계적으로도 45개국에서 번역된 화제작이다.
소설의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작가 에르베 르 텔리에(65)가 2일 내한해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내 자신의 분신과 대면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생각하면서 쓴 소설”이라며 “자신의 분신과 대면할 때의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기 위해 여덟 명의 캐릭터를 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아노말리’는 ‘이상’ ‘변칙’이라는 의미다. “당신은 상상할 수 있어? 당신이 둘이라는 걸?” 소설 속 이 대사가 작품의 주제를 보여준다. 소설은 뉴욕에서 파리로 비행기를 타고 온 인물들이 3개월 후 똑같은 여객기를 타고 온 자기의 분신과 만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SF 장르가 흔히 구사하는 사고실험이다.
작가는 살인청부업자, 소설가, 나이지리아 뮤지션, 미국인 소녀, 비행기 기장, 미국인 변호사, 노년에 접어든 건축가와 그의 젊은 연인인 영화 편집인 등을 등장시켜 이들이 자신의 분신에 보이는 반응을 자기 살해부터 자기희생까지 다양하게 묘사한다. 예컨대 청부살인업자는 분신을 죽이고 임신한 젊은 여성은 자신이 사라지는 길을 택한다.
인물들은 각기 독립적인 이야기를 갖고 있다. 서로 접점도 없다. 다만 3개월 후 자신의 분신과 대면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작가는 각 인물의 이야기를 쓰는 데 서로 다른 문체를 사용하는 형식실험을 시도했다. 그는 “각 인물들의 특징에 맞는 문체로 텍스트 구현했다”며 “살인 청부업자 이야기는 스릴러 법칙을 지켜가면서 썼고, 작가 이야기는 문학분석적 장르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이 차 나는 커플의 이야기는 연애소설처럼 읽힌다. 그래서 매우 속도감 있게 읽히지만 운명이나 실존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한 소설 안에 스릴러, SF, 연애소설, 철학소설 등이 다 담겼다.
에르베 르 텔리에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1년 첫 소설을 발표한 그는 장·단편 소설, 희곡, 시 등 전방위로 글을 쓴다. 과학전문기자로 일했으며 프랑스 라디오에서 오랫동안 방송 활동도 했다. 현재 국제적 실험 문학 집단인 ‘올리포’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을 잘 알진 못하지만 조금 알게 된 것은 영화와 드라마 때문”이라며 “‘기생충’ 은 너무 훌륭한 작품이고, ‘오징어게임’도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특히 “‘부산행’은 너무 너무 멋진 영화라고 생각한다”면서 “좀비물을 좋아하는데, 좀비물의 주제는 좀비 자체가 아니라 좀비의 출현을 통해 사회와 세상에 대해 시각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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