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사태, 분상제 풀어야 끝난다

정다운 2022. 6. 2. 17: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취재수첩]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 사태가 한 달 보름을 넘겼다. 정부와 지자체는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인 분양가상한제 손질 없이는 조합과 시공단 간 갈등이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 5월 말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의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합동 점검을 진행했다. 지난 6월 1일 서울시는 중재안까지 마련해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단 양측에 제시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에 전달한 중재안에서 공사비 증액계약의 유·무효 여부를 더 이상 논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2020년 6월 조합 측이 시공단과 공사비를 5586억원(2조6708억원→3조2294억원) 늘리기로 한 계약을 말한다. 당시 계약 이후 조합 집행부가 교체되며 현 조합은 "계약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시공단은 계약이 적법했다고 맞서왔다.

시는 공사비 3조2000여 억원에 대해 기존 계약시점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재검증을 신청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계약을 변경하도록 명시했다. 이를 따르면 조합은 증액 계약과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건축비 인상분도 받아들이게 된다. 대신 시공단도 조합이 요구하던 마감재 고급화, 도급제로의 계약 변경을 받아들여야 한다. 양측의 갈등으로 발생한 손해와 향후 발생할 비용 책정에 대해서는 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공사(SH공사) 등 사업대행자를 세워 전권을 위임할 것을 명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럼에도 이번 중재안이 갈등 해소의 열쇠가 될지는 미지수다. 시공단과 조합 모두 시의 중재안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다.

중재안 수용 여부와 상관 없이 조합과 시공단 모두 적잖은 피해를 보게 됐다. 절반 이상 지어진 단지에 시공단이 투입한 공사비만 1조7000억원. 그동안 자재값이 인상돼 어려움을 겪는다. 조합은 올 8월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원 사업비 대출을 갚아야 한다. 조합원당 1억2000만원꼴이다. 이 빚을 못 갚으면 사업권은 시공단으로 넘어간다. 그렇다고 소송전은 양측 모두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재안만으로는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결국 근본 원인은 분상제였다는 것을, 정부도 지자체도 알고 있다. 시세와 차이가 큰 분양가를 조합이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조합 집행부가 바뀌었으며, 종전에 늘린 공사비를 두고 사달이 났다.

물론 원희룡 국토부 장관 말마따나 시끄러우면 정부가 나선다는 선례를 남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한 치 양보 없는 싸움에 포기 않고 출구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다. 정비업계와 건설업계는 "6월 내놓을 분양가 제도 개편안에서 분양가 심의에 가격 상승 요인(주변 시세 등)을 현실에 맞게 반영만 해줘도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기회에 복잡한 실타래를 지혜롭게 풀어낸 재건축 모범 사례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1호 (2022.06.01~2022.06.0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