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또 한건 해냈다..핀란드·스웨덴 이어 이 나라마저 변심

박소영 입력 2022. 6. 2. 16:27 수정 2022. 6. 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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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북유럽 국가 덴마크가 유럽연합(EU) 공동방위 정책에 합류하기로 했다. 30년 간 유지해온 관련 규정 폐기안이 1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으면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스웨덴이 나토에 가입을 신청한 데 이어 덴마크까지 기존 노선을 변경하면서 북유럽 안보 지형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덴마크, EU 공동방위 참여…국민투표 66.9% 찬성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오른쪽)와 덴마크의 4개 정당 대표가 지난 1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EU 공동방위 예외 규정 폐기에 찬성해 달라는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덴마크 공영방송 DR에 따르면 이날 EU의 공동방위 예외 규정 폐기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투표율 65.8%)에서 덴마크 국민투표 사상 가장 많은 66.9%가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33.1%였다. 앞서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 등을 비롯해 5개 주요 정당이 예외 규정 폐기 개정안을 초당적으로 지지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덴마크가 아주 중요한 신호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에게 자유 국가를 침략하고 유럽의 안정을 위협할 때 우리가 단결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덴마크는 EU의 방위정책 토의와 EU가 벌이는 군사훈련 등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소말리아·말리·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에서 이뤄지는 EU 공동 군사작전에 동참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세상은 달라졌다. 이번 결정 덕분에 EU와 덴마크 국민이 모두 더 안전하고 강해질 것"이라고 환영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오늘 덴마크 국민이 보낸 안보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환영한다. EU와 덴마크가 이번 결정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러 우크라 침공 여파…FT "북유럽 안보 가장 큰 변화"

덴마크는 지난 1973년 EU 전신인 유럽공동체에 가입했지만 1992년 EU 창립 땐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국민 절반이 거부 의사를 냈다. 유럽 공동통화인 유로화를 도입하고 군사·안보·이민 등 민감한 부분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EU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컸다. 이에 따라 덴마크 정부는 방위·유로화·사법·시민권 등 4개 분야에서 예외 규정을 두고 EU에 합류했다. 특히 공동방위 정책에 참여하지 않은 건 현재 회원국 27개국 중 덴마크가 유일하다.

덴마크 안에선 1949년 나토 창립 때부터 함께 해온 만큼 이것으로 국가 안전 보장이 된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폴리티코·CNN 등 외신에 따르면 극우 정당 덴마크 인민당은 EU 공동방위에 참여하면 덴마크 방위의 초석이 된 나토 안보 축이 약해지고 추가 비용이 많이 든다고 주장했다. 또 EU가 2025년까지 5000명 규모의 EU 방위군을 창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덴마크 군인의 배치 가능성이 불거져 논란이 됐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국방비를 2033년까지 나토 회원국의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올리고, EU 공동방위에 참여하는 것을 제안했다. 70여년간 군사적 중립국 지위를 고수하던 북유럽 이웃 국가 핀란드와 스웨덴이 지난달 나토 가입을 신청한 것도 덴마크의 심경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덴마크의 이번 국민투표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기로 선택한 지 불과 2주 만에 이뤄졌다. 북유럽 지역 안보 협정의 가장 큰 변화"라고 전했다.


러 제재 앞장서는 덴마크 "우크라 계속 지지할 것"

지난 2019년 5월 필리핀 해상에서 실시한 호주·일본·한국·미국 합동 훈련 중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USS 커티스 윌버(DDG-54)'함에서 하푼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덴마크는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측에 대함 미사일인 하푼 미사일을 제공하는 등 개전 초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해왔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하푼 미사일은 한 발 발사하는 데 150만 달러(약 19억원) 이상이 든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북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키이우 대사관을 재개했다.

대러시아 제재로 인한 고충도 작지 않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6.7% 상승하면서 1984년 이후 38년 만에 물가상승률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덴마크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4%를 차지하는 러시아 천연가스도 지난 1일부터 공급이 끊겼다.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러시아 측 요구를 거부하면서다. 그럼에도 프레데릭센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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