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상황 악화"라는데.."철새도 감시" 방역성공 외친 北, 왜

정영교 2022. 6. 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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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2일 각 도에서 지역의 자연지리적, 경제적 조건에 맞게 비상방역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을 소개했다. 사진은 방역 지원에 나서는 의료인력들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수그러들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북한의 보건 여건상 그런 주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북한이 '나홀로 호전세'를 주장하는 것은 실질적 여건 개선보다는 대내외적 과시용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2일 북한 국가방역사령부는 전날 오후 6시까지 24시간 동안 전국적으로 9만 6610여명의 발열 환자가 발생했고, 10만 8990여명이 완쾌됐다고 밝혔다. 전날에 이어 사망자 집계는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발표대로라면 하루 신규 발열 환자 수는 사흘째 10만명 아래를 유지했고, 지난달 27일부터 10만명 안팎을 오가며 안정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코로나 상황 악화 추정한 WHO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현지시간) 북한의 주장과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악화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다만 필요한 자료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분석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2일 방역전선에 나선 보건부문 각지 일꾼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희생정신을 강조했다. 노동신문, 뉴스1

WHO의 이런 평가는 북한이 발표하는 통계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호전 추세로 단정하기 이르다'고 보는 전문가들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내부 상황과 발표하는 통계의 기준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호전세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방역당국이 밝힌 코로나19 관련 누적 사망자 수는 70명, 치명률은 0.002%에 불과하다. 전 세계 평균 치명률(약 1.2%)은 물론이고, 치명률이 낮은 편에 속하는 한국(0.13%)보다도 훨씬 낮다. 백신 접종률이 제로(0)에 가까운 북한의 보건·의료 현실에 비춰볼 때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북한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안정세·방역 모두 강조하는 北


북한 관영매체들이 코로나19 상황의 안정세를 계속 강조하면서도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노동신문은 이날 각 지역에서 자연·지리적, 경제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방역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이 지난달 21일 공개한 코로나19 방역 관련 선전화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에 따라 외부 모내기 지원 인력이 많은 황해남도는 봉쇄와 격폐 조치를 엄격하게 하면서 영농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강·하천과 해안가에선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기 위해 방역 강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철새까지 감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철새마저 당의 감시 아래 둔다는 방역 위기 극복 강조는 이달 상순으로 예정된 제8기 5차 노동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성과가 필요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은 당 전원회의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주요 성과로 내세우기 위해 당분간 방역의 고삐를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방역 성공을 토대로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경제과업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에도 끄떡없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방역 위기에도 건재하다고 과시하며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당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는 모습. 조선중앙TV캡처, 연합뉴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올해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하며 레드라인을 넘었지만, 핵실험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전원회의에서 관련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를 향한 적대시 정책이 전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내 갈 길 간다'는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핵실험에 대한 명분 쌓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번 전원회의에서 나올 대남 및 대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2일 정치국 회의에서 "일련의 중요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겠다"면서 전원회의를 소집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회의에서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을 비롯해 남북 및 대외관계에 대한 토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이 밝힐 대내외 정책 방향에 주목하면서 관련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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