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교육감선거, 무효표 90만표 쏟아졌다..시·도지사의 2.6배

장윤서 2022. 6. 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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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오후 선거사무원들이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종합경기장 내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90만표가 넘는 무효표가 쏟아져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관심이 떨어지고 후보 인지도도 낮은 '깜깜이 선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나온 무효표는 90만3227표에 이른다. 시·도지사 선거의 무효표를 합친 35만928표보다 약 2.6배 많은 수치다.

특히 가장 많은 후보(6명)가 출마한 서울은 무효표도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무효표는 서울시장 선거 무효표(3만8242표)보다 5배 이상 많은 21만7449표였다. 후보가 2명이었던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도 19만6761표의 무효표가 나와 경기도지사 선거 무효표(5만7822표)보다 3배 많았다.


1, 2위 표차보다 무효표가 많았던 경남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당선인이 2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마련된 선거 사무소에서 당선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가 많은 이유는 다른 선거에 비해 후보자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는 다른 선거와 달리 후보의 정당이나 기호 없이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만 표시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용지의 어느 난에도 기표하지 않거나 서로 다른 후보자란 2개 이상에 기표하면 무효표로 처리된다.

선거 직전인 지난 23~25일 지상파 방송 3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시교육감 후보 중 지지하는 후보가 없거나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가 48.4%에 달했다. 투표소에 도착해서도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표가 무효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무효표가 후보 간 당락을 가르는 표차보다 많은 곳도 있다. 경남에선 진보 성향의 현 교육감 박종훈 후보와 보수 성향 김상권 후보가 0.5%포인트 차이의 초접전을 벌였다. 이들 후보 간 표차는 6750표에 불과한데 무효표는 이보다 7배 많은 4만8594표나 된다.


선거마다 반복되는 교육감 '무효표 폭탄'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6.1 지방선거 홍보행사를하며 투표용지 7장이 그려진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감 선거의 '무효표 폭탄'은 매번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8년 교육감 선거에서도 97만여표의 무효표가 나와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의 2배에 달했다.

특히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가 많은 원인 중 하나는 기호가 없어서다. 예전에는 후보 간 추첨으로 기호를 부여했지만, 상위 번호를 뽑아야 유리한 '로또선거'란 비판을 받자 기호 없이 이름만 표시하고, 이름순서는 선거구별로 다르게 배열하고 있다. 김모(62·서울 성동구)씨는 "선거 때면 1번이나 2번을 뽑으려고 생각하고 가는데, 교육감은 번호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러닝메이트제 도입 등 논의해야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19일 출정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교육감 후보들은 정책보다는 단일화와 같은 정치 공학을 우선하거나 특정 정당과 비슷한 색깔을 활용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시·도지사 선거가 현재 시민들의 삶을 좌우한다면 교육감 선거는 미래 시민의 삶을 좌우한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들 간 갈등하는 모습만 비춰지고 공약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무효표를 남발하는 깜깜이 선거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시·도지사와 달리 교육감의 권력은 분산되지 않는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지속되면 교육 정책의 ‘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 교수는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는 등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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