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4년만에 거꾸로 불어온 민심

최일권 2022. 6. 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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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류 인재 대신 2류를 기용하라는 건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윤종원 국무조정실장 임명이 불발된 직후 여권 관계자의 반응은 격앙됐다.

여권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장은 노동, 환경 등 민감한 이슈는 물론이고 모든 정부부처를 컨트롤해야 하는 자리인데 그 적임자가 윤 행장이었다"면서 "한 총리 역시 윤 행장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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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류 인재 대신 2류를 기용하라는 건가."

한덕수 국무총리의 윤종원 국무조정실장 임명이 불발된 직후 여권 관계자의 반응은 격앙됐다. 소위 ‘윤핵관’으로 대표되는 여당 일부의 집요한 반대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끝내 고사를 결정하자 우수한 인재를 쓰지 못하고 사장시켰다는데 따른 불만이었다.

한 총리가 당초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국조실장으로 점찍은 것은 관료로서 행정경험이 풍부한데다 지난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맡는 등 국정참여에 대한 감각도 남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관료시절 깐깐한 업무 스타일로 다소 힘든 상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식 수준도 높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 업무에서는 완벽을 추구했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장은 노동, 환경 등 민감한 이슈는 물론이고 모든 정부부처를 컨트롤해야 하는 자리인데 그 적임자가 윤 행장이었다"면서 "한 총리 역시 윤 행장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가 "내가 책임지겠다"며 여당 반대에도 버틴 것 역시 윤 행장의 역량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국조실장은 부처간 업무 조정기능이 주 역할이다. 이 때문에 재정, 세제 뿐 아니라 환경, 노동, 보건복지 등 다방면의 업무를 알아야 한다. 정치 보다는 행정 역량이 더욱 요구되는 자리다.

윤핵관의 반대 논리는 "전 정부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대통령실에선 "관료에게 정권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이들의 반대는 강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총대를 메고 나섰다. 당초 물밑에서 조용히 대통령실과 한 총리에게 부적격 의사를 전달했지만 당내에서 권 원내대표의 의중을 의심하자 공개저격으로 입장을 바꿨다. 여당 의원은 "국조실장 자리에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기를 쓰고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윤핵관의 국조실장 인사 반대는 더욱 예사롭지 않다. 윤핵관이 마음먹으면 언제든 정부와 대통령실의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윤 행장 고사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윤핵관은 국조실장 개입에 이어 최근엔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를 놓고 대통령실에 "분발하라"며 점잖게 훈수를 두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분발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선 2달 여 만에 열린 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유권자들은 ‘정권안정론’에 힘을 실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로선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은 대전, 충남 등 격전지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달리 이번엔 사실상 완승했다. 손을 들어준 이유는 간단하다. 여소야대지만 연금, 노동, 공공개혁 등 현안을 정부여당이 힘을 갖고 추진하라는 뜻이다.

이와 동시에 윤핵관이 국정에 개입할 여건도 지금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약한데다 대통령실에는 정무적인 감각이 뛰어난 ‘어공(어쩌다 공무원)’ 보다 ‘늘공(관료)’이 주류다. 당과 정치적으로 부딪히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윤핵관의 행보는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4년만에 완패한 점을 감안할 때 집권초 여당에 힘을 실어준 민심이 그 이후 돌아선 사례는 적잖다. 윤석열 정부내 권력관계에 따라 당장 2년후 총선, 4년후 지선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승리 직후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힘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이면 민심은 가차없이 심판한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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