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엄중한 선거 민심, 여야는 깊이 새기고 받들어야

2022. 6. 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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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통합과 협치, 정치개혁 나서라
승리한 국힘은 자만 말고, 패배한
민주당은 통렬한 자기반성 필요
‘정치 혐오 투표율’ 의미 명심하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1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6·1 지방선거가 국민의힘 승리로 끝났다. 2018년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14곳을 석권했던 더불어민주당 위세가 완전히 꺾였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22일 만에 치러져 여당인 국민의힘에 유리한 구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0.73% 포인트 차이로 대선 승패가 갈린 탓에 여야가 전력을 쏟아부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컸다. 민주당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대선에서 패했던 이재명 후보가 출마하고, 총괄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았다. 서울시장 선거에는 당대표였던 송영길 후보가 뛰어들었다. 국민의힘도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후보는 분당갑 보궐선거에, 홍준표 후보는 대구시장 선거에 나섰다. 지역 일꾼을 뽑아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지방선거 취지보다 대선의 연장전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크게 부각돼 지지층이 얼마나 결집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선거 결과 유권자들은 윤석열정부의 독선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달라는 민주당보다 새 정부에 힘을 실어달라는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2016년 총선부터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에 국회 의석 167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다시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했다. 과거 국민의힘이 극렬 지지자들만 바라보다 연전연패했던 것처럼 합리적인 중도 성향 유권자를 포용하지 못한 민주당은 결국 심판을 받은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선거로 드러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미래를 향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연이은 선거 패배의 이유를 곱씹으며 쇄신에 나서야 한다.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뒤 지방선거가 급하다는 핑계를 대며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생략했다. 오히려 강성 지지층에 기대 무리한 행보를 거듭했다. 국가사법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검수완박’ 법안을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강행 처리했고, 국무총리 인준 투표를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인사청문회에선 수준 낮은 발언과 뜬금없는 고함을 쏟아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비상식적인 폭주를 용납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민주당은 또다시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궤변으로 왜곡할 생각을 버리고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이번에도 잘못을 찾아내 고치지 못한다면 떠난 유권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선거 결과에 자만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협치의 장을 열어야 한다. 김인철·정호영 장관 후보자의 낙마, 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의 사퇴 등 윤석열정부는 벌써 인사에서부터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을 관할하면서 공직자 인사검증권까지 쥔 ‘왕장관’이 됐다. 검찰 출신이 대통령실 요직을 장악해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민주당 대신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해서 이런 문제에까지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 승리는 정부의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고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독주와 오만의 빌미가 돼선 곤란하다. 국민이 새 정부에 가장 바라는 것이 통합이다. 이를 이루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다. 하지만 협치는 말로 이뤄지지 않는다.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고,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지 않는 정치력을 보여야 한다.

50%를 간신히 넘은 투표율이 갖는 의미도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이번만큼 정책이 실종된 선거도 없었다. 여야 모두 실현 가능성도 없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자극적인 말로 상대 후보의 허물을 들춰내는 네거티브 전략에 몰두했다. 그러면서 정치 혐오증이 커졌다. 우리 동네를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선거’에 많은 유권자가 무의미한 투표 대신 기권을 택했다. 회오리바람처럼 휘몰아친 두 번의 선거가 모두 끝났다. 이제부터는 차분하게 법과 제도의 허점을 찾아 보완해야 한다. 잘못된 운용은 없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유권자도 당선자들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 단단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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