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나의 해방일지

2022. 6.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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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느새 60세가 넘었고 이리저리 물러남을 준비하는 시간이 됐다.

지금까지 나를 묶고 있던 다양한 일로부터 거리두기를 생각하다 보니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인생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무엇을 얻으려고 그 많은 시간 그렇게 많은 수고를 했는지 새삼스레 돌아보게 된다.

출애굽의 진정한 목적지는 시내산이며 그곳에서 이루어진 하나님과의 계약으로 그들의 해방은 완성된다.

그러나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진정으로 해방의 기쁨을 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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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느새 60세가 넘었고 이리저리 물러남을 준비하는 시간이 됐다. 지금까지 나를 묶고 있던 다양한 일로부터 거리두기를 생각하다 보니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인생의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 무엇을 얻으려고 그 많은 시간 그렇게 많은 수고를 했는지 새삼스레 돌아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성경 구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출애굽기 19장 1절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을 떠난 지 삼 개월이 되던 날 그들이 시내 광야에 이르니라.”

애굽의 억압 속에 있던 이스라엘은 모세의 인도로 바로의 지배에서 해방됐다. 출애굽기에는 이 해방 과정이 매우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야훼 하나님은 10가지 재앙을 통해 강퍅한 바로의 마음을 흔드셨고, 이스라엘은 마침내 홍해를 건넘으로 바로에게서 벗어났다. 이스라엘을 고통 속에 묶어뒀던 땅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그러나 출애굽의 목적은 이 공간적 해방에만 있지 않았다. 애굽을 나온 이스라엘은 그들의 진정한 목적지로 계속해 움직여야 했다. 그곳은 야훼 하나님이 그들을 만나기로 약속하신 시내산이었다. 그러므로 출애굽기는 애굽을 나온 이후 이스라엘의 공간적 이동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그들이 시내산으로 가고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한다.

애굽에서 나왔으니 다 됐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애굽에서 나올 때 그들은 정체불명의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자손과 온갖 잡족이 모여 애굽을 빠져나오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그렇게 맞이한 해방은 원망으로 가득 찼다. 그들은 먹을 것이 없으면 불평하고 마실 것이 없으면 화를 냈다. 광야의 고단한 삶을 후회하면서 차라리 바로의 통치 아래가 더 좋았다고 회상했다. 먹고 마시는 것을 위해서라면 흔쾌히 고통과 억압의 땅으로 다시 들어가고픈 그들의 불평에 해방의 기쁨은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무엇으로부터 해방됐는가. 그들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는가.

이스라엘의 진정한 해방은 시내산에서 이루어진다. 출애굽의 진정한 목적지는 시내산이며 그곳에서 이루어진 하나님과의 계약으로 그들의 해방은 완성된다. 그들이 시내산으로 가야 하는 이유이다.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기로 언약하면서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 하나님 앞에 다른 신을 두지 말라는 하나님의 계명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해방은 시작된다. 고대 근동 다른 신들은 풍요와 다산의 신이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위해 만들어진 신들이다. 그러나 야훼 하나님은 그런 신들과 자신을 구별하며, 그들 자신을 위해 그런 신들을 따르지 말라고 명령한다. 해방을 위한 첫 번째 강령이다. 천지를 지으시고 역사를 주관하는 야훼의 해방은 땅의 풍족함에 머무르지 않도록 한다. 그것은 우리의 욕구와 욕망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역사를 보게 한다.

다른 신을 만들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백성이 되겠다는 그 시내산 언약을 기억하는 것이 해방이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없어도, 광야에서 버려진 것 같아도, 당장에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도, 그 모든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방이다. 지금 없는 것을 앞으로 가질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방이다. 나도 애굽 땅을 떠난 지 40년이 넘었다. 홍해도 건넜고 메추라기도 먹었고 만나의 풍성함도 누렸다. 그러나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진정으로 해방의 기쁨을 누렸는가. 진정으로 오직 하나님만으로 만족했는가. 땅의 풍족함만을 좇지 않았는가를 다시 묻게 된다. 이스라엘이 늘 실패했던 것처럼 내 욕망을 위해 만들었던 다른 신들이 여전히 내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나는 다시 시내산으로 간다. 내 삶은 언제나 시내산에서의 진정한 해방을 기억하며 나아간다.

김호경 교수(서울장로회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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