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존의 문화산책] 바람직한 재활용, 더욱 바람직한 재사용

2022. 6. 2.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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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존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

지난 주말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랜차이즈 빵집에 들러 커피를 주문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커피를 머그에 담아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적어도 텀블러를 갖고 다니려 하고, 카페를 이용할 때는 일회용컵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직원은 일회용컵에만 음료를 제공한다고 했다. 물 한 잔을 달라고 했더니 더욱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를 사야 한다는 것이었다. 카페 테이블에 앉아 비닐에 개별 포장된 빵을 둘러보고 있자니 서글픔과 함께 무력감이 밀려왔다.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한국 사회가 갈 길이 먼 것 같았다.

음식점 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놀라움은 더욱 컸다. 식당·카페에서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게 돼 있다. 원래 2018년부터 일회용품 규제가 시행됐으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시적으로 완화됐고, 최근 들어 다시 실행되고 있다. 오는 10일부터는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할 경우 보증금을 내고 컵을 반납할 때 돌려받게 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될 예정이었다.

「 일회용품 보증금제 시행
플라스틱 사용 계속 늘어
한국의 높은 재활용 비율
K문화처럼 수출할 수도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다시 연기됐다. 플라스틱 소비가 줄어들 수 있을까. [뉴스1]

즉시 반발이 일어났다. 편의성이 없다, 코로나19 감염이 염려된다는 등 (일회용컵 오염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확률은 극히 낮다는 점이 증명됐지만)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환경부는 무수한 반발에 못 이겨 ‘코로나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는’ 벌금을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지리적 측면으로만 보면 작은 나라지만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일회용품 소비율이 높은 나라다. 남한에서는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은 평균 88㎏에 달한다. 팬데믹 기간에 일회용품 사용량이 특히 증가했다. 2020년에는 음식 포장 및 배달, 온라인 쇼핑, 제품 개별 포장 증가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19% 증가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첫째, 정치인들이 환경 목표 수립에 의욕적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30년이 되기 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50%까지 줄이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둘째, 대한민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재활용 정책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원활하게 시행되고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대한민국이 다보스 포럼에 제시한 재활용 모델’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세계경제포럼이 인용한 ‘녹색미래지수’(Green Future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재활용을 잘 하는 나라’다.

셋째, 쓰레기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한국은 환경 문제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과 실천력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표방하는 가게가 하나 둘 생겨나고 중고 거래도 성황이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일회용컵을 퇴출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미 제주도와 서울 몇몇 매장에서는 이를 실시하고 있다. 채드윅 국제학교의 ‘얼스 프라이즈’(Earth Prize)에는 카페테리아 컵 재사용 시스템을 고안한 팀이 결승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산발적인 행동이 세계 환경문제에 큰 차이를 만들지는 않는다. 플라스틱은 싸고 편리하고, 일상에 깊이 침투해 있어, 부유한 국가들은 플라스틱 사용 중지로 별 이득을 얻지 못한다. 사용 중지는커녕 절감 요청조차 몹시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에게는 훨씬 강력한 원동력이 필요하고, 전반적인 체계가 바뀔 때 비로소 변화가 효율적일 수 있다.

한국은 작은 나라라서 인도나 중국에 비해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쓰레기를 강에 투척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국가들은 더 나은 매립시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우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은가. 과거 다른 부문에서 그랬듯이, 재활용 부문에 있어서도 선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인의 단합력·추진력은 매우 크다. K문화를 수출하듯 재활용 시스템을 수출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3개월 전 BTS가 삼성 광고에 등장해 환경보호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멤버들 뒤편 배경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 영상이 나왔다. 기업 이미지를 위해 환경 친화적 광고를 찍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상은 이미 200만 뷰를 넘었다. 한국의 강력한 힘인 한류를 이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나는 두 손 들고 환영이다. 다음 번에는 정말이지, 머그에 커피를 마시고 싶다.

에바존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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