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스카이라인으로 '상전벽해'..동북권 핫플레이스 '청량리'

정다운 2022. 6. 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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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3일 서울 청량리역 광장. 늦은 오후 역을 오가는 인파를 뚫고 경동시장 방향으로 걷다 보면 역 바로 옆 곳곳의 울타리 너머로 쉴 새 없이 공사 소리가 들려온다. 각 현장마다 건설 자재를 실을 크고 작은 트럭이 끊임없이 오간다.

5년 전만 해도 집창촌과 청과물시장 등이 있던 이곳에는 최고 65층 높이의 주상복합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와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최고 59층)’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 단지 옆으로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40층)’ ‘힐스테이트청량리더퍼스트(43층)’ 현장도 보인다. 이들 ‘주상복합 4인방’은 내년부터 차례로 입주를 시작한다. 주상복합 건물들 저층부에 대규모 상업 시설 조성이 예정돼 있어 일단 입주가 시작되면 낙후됐던 일대 생활 편의 시설이 크게 개선되고 청량리역 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와도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낼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서울 시내에서 ‘환골탈태’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지역을 꼽으라면 청량리 일대가 못해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복잡했던 전통시장과 노후 주택이 밀집했던 집창촌 대신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며 청량리 일대는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있다. 서울 동북권 중심지 입지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대형 교통 호재를 앞세워 노후 주택가에서는 10여년 만에 재개발 조합 설립이 이뤄지는가 하면, 신규 구역 지정이 예정된 곳도 나오면서 개발 기대감도 커졌다. 최근에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상가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청량리 일대가 부동산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청량리 부동산은 오랜 시간 저평가받았다. 상대적으로 낙후됐고 동네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3.3㎡당 1000만원 언저리였던 시절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청량리 인근 재개발 사업이 하나둘씩 완료되고 브랜드 아파트가 잇따라 준공하면서 동대문구 가치는 오르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2018년만 해도 3.3㎡당 평균 1883만원 수준이었던 동대문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청량리 역세권 개발이 가시화되던 이듬해 단숨에 2406만원으로 급등했다. 이후에도 동대문구 시세는 급상승세를 타다가 올 4월 말 기준으로 3879만원을 기록했다.

청량리역 일대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

부동산R114 시세 분석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청량리역이 위치한 동대문구 전농동 아파트 매매 가격은 3.3㎡당 평균 2976만원으로 3000만원에 근접했다. 2020년 1월 3.3㎡당 2053만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반 만에 45% 급등했다. 청량리 역세권인 용두동 아파트 시세는 3.3㎡당 평균 3307만원에 형성돼 있다.

공사 중인 주상복합이 입주하지 않은 지금 청량리역 주변 대장 단지로는 전농7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크레시티(2397가구)’가 꼽힌다. 2013년 입주해 일대에서는 비교적 신축 단지인데 올 초 전용 84㎡가 15억9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16억~17억원대에 팔리던 지난해보다는 가격이 다소 조정받는 모습이지만 최초 분양가가 5억~6억원(3.3㎡당 1500만원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집값이 3배가량 뛴 셈이다. 전농11구역을 재개발해 2018년 입주한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584가구)’에서는 지난 4월 전용 84㎡ 아파트가 14억5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주변에 초고층 주상복합, 상업 시설이 들어서며 일대가 환골탈태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퍼즐 맞춰가는 재개발 사업

▷‘주택 대체’ 오피스텔·도생도 인기

이미 재개발을 마치고 입주한 단지 아파트값이 고공행진하자 지지부진하던 다른 재개발 구역도 사업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청량리6구역은 최근 서울시로부터 건축심의 통과 통보를 받았다. 2019년 조합이 설립된 지 3년만, 2008년 정비구역 지정된 지 14년만이다.

청량리6구역 조합 관계자는 “연내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내고, 내년 중 시공사를 선정해 2024년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 2026년에는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2029년 입주가 목표다.

청량리동 일대 8만3883㎡ 크기인 청량리6구역은 청량리역과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에서 각각 도보로 10분여 거리에 있다. 재개발을 통해 지하 2층~지상 최고 22층, 19개동, 1501가구(전용 52~106㎡, 임대 256가구 포함) 규모 대단지로 조성된다. 청량리역 인근 재개발 구역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중 546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조합원 분양가는 전용 59㎡가 4억6000만원 선, 전용 84㎡가 5억8000만원 선으로 예상된다.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청량리6구역은 연립·다가구주택(빌라) 매수 문의가 많이 늘었지만 정작 매입 가능한 매물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대지 40㎡짜리 단독주택(무허가건물)이 6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청량리6구역뿐 아니라 청량리역 인근 재개발 사업이 곳곳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청량리6구역 맞은편 청량리7구역은 2020년 4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현재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다. 2025년 76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시공은 롯데건설이 맡았다. 청량리8구역은 지난해 11월 건축심의를 신청했다. 이 구역은 시공사와 공동 시행을 추진 중이다. 조합이 단독 시행할 때와 비교해 사업 기간이 1년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업 속도가 빠른 청량리4구역에는 내년 하반기까지 약 2800가구 규모 고층 주상복합 시설이 들어선다. 청량리9구역은 지난해 말 서울시가 민간 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됐다.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인 용두1구역 3지구에서는 지난 2월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이 분양돼 인기를 끌었다. 오피스텔 384실 중 96실이 평균 청약 경쟁률 126.8 대 1(최고 899.75 대 1)을 기록한 끝에 완판됐고 지금은 도시형생활주택(288가구)을 분양 중이다. 이 구역은 원래 주거 비율이 0%였지만 용도를 변경해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2지구는 지난해 8월 사업시행인가를 얻어 아파트 299가구, 오피스텔 171실을 조성하는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6지구는 지난해 말 시행사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사업시행 약정을 체결해 공공 재개발 사업(999가구)을 진행 중이다.

청량리역 5·6번 출구 일대에서는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4개 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청량리3구역을 재개발한 용두동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220가구)’와 동부청과시장을 재개발한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1152가구)’, 청량리4구역을 재개발한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1425가구)’가 순차적으로 준공된다. ‘힐스테이트청량리더퍼스트(주거용 오피스텔 486실)’도 내년 11월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입주를 앞둔 이들 4개 단지만 합쳐도 3283가구에 이른다.

이들 신축 단지는 최초 분양 당시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대 1 경쟁률을 뚫어야 당첨될 수 있었던 곳들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롯데캐슬SKY-L65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3월 13억5000만원(61층)에 새 주인을 찾았다. 2019년 7월 최초 분양 당시 같은 주택형 중 가장 비싼 분양가가 10억5970만원이었는데 이보다 3억원 가까이 뛴 금액이다. 용두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리기 전이라 거래가 극히 제한적인데도 매물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문의를 하는 사람들은 입주 시점에 이들 단지 전용 84㎡ 시세가 20억원 안팎까지도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하려는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지하 2층~지상 3층에 들어서는 상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아트포레스트’ 투시도. (한양 제공)

▶청량리에 GTX B·C 등 10개 노선

▷스카이라인 상가 투자에 ‘뭉칫돈’

초고층 주거지와 재개발 구역 곳곳이 제 모습을 갖춰가자 청량리 일대를 서울 강북 주요 상승 지역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묶어 ‘청마용성(청량리+마용성)’으로, 혹은 KTX역을 갖춘 용산과 묶어 ‘청룡(청량리+용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평균 집값 상승세와 재개발을 통해 낙후됐던 이미지가 급상승하는 모습이 마포·용산·성동구와 비슷하다는 의미에서다.

위치도 서울 시내에서 비교적 가운데 위치했다. 광화문이나 종로 등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강남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내부순환로, 동부간선도로와 가까워 서울 전역은 물론 수도권 곳곳에서도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여기에 GTX 등 굵직한 철도 교통망이 확정되면서 청량리가 서울 동북권 교통 허브로 부상할 거라는 기대가 부쩍 커졌다. 청량리역에는 현재 운행 중인 1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KTX강릉선, 중앙선 등 6개 노선 외에 GTX B노선(송도~마석)과 GTX C노선(덕정~수원), 면목선(청량리~신내동), 강북횡단선(청량리~목동) 등 4개 노선이 신설될 예정이다. 또 복잡하고 불편했던 환승시스템을 해결할 광역환승센터가 계획돼 있고 60여개의 버스 노선까지 갖춰 교통의 중심지로 탈바꿈할 예정.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GTX는 1개만 정차해도 초대형 호재로 꼽히는데, 청량리역은 B·C 2개 노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유동인구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급 주거 단지와 유동인구가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에 자연스럽게 상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청과물시장, 약령시장, 경동시장 등 전통시장이 상권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초고층 스카이라인의 중심을 지나는 답십리로를 따라 신흥 부촌을 겨냥한 상업 시설이 속속 공급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와 함께 대형 상업 시설이 갖춰지면 그간 청량리의 단점으로 꼽혔던 부족한 생활 인프라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힐스테이트청량리더퍼스트, 청량리역해링턴플레이스,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 등 준공을 앞둔 단지 내 상업 시설은 일찌감치 분양을 마쳤고 최근에는 한양이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지하 2층~지상 3층에 들어서는 상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아트포레스트’ 219실 분양을 시작했다.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아트포레스트는 연면적이 3만344㎡(약 1만평)에 이르는 대형 상업 시설이다. 상가 바로 앞에 조성되는 공원 규모만 약 3400㎡(약 1000평)다. 향후 청량리역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단지를 낀 답십리로가 왕복 8차선으로 확장되고 나면 아트포레스트는 대로와 공원을 낀 공간이 된다. 전농·답십리뉴타운은 물론 동부간선도로를 통해 유동인구 유입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투자자들은 청량리 상권 공실률이 여느 상권 대비 유독 낮은 점에도 주목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청량리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4%로 서울 평균치(6.4%)를 크게 밑돈다. 분양도 순조롭다. 앞서 분양을 진행한 주상복합 단지의 상업 시설은 모두 ‘완판’됐다.

최근 상가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상업 시설·오피스는 21만5816건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자료를 공개한 2017년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지난 2월 KB자산관리전문가(PB)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결과에 따르면 PB에 돈 관리를 맡긴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부동산 투자처로 상업 시설(38%)이 처음으로 재건축·일반 아파트(이상 20%)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청량리가 신흥 주거지 겸 상권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적잖게 나온다. 아직까지는 미흡한 학군 등은 청량리역 일대 부동산의 단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걸어서 갈 만한 초등학교가 많지 않다. 신답초·전농초·전곡초 등이 있지만 어른 걸음으로 10분가량 걸린다. 인근에 중학교도 많지 않고 고등학생은 버스 두 정거장 거리 학교에 다녀야 한다. 그럼에도 청량리역 부동산 가치가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은 일대 개발이 완료되고 부촌이 들어서면 학군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GTX가 개통하면 강남구 삼성동, 경부고속도로, KTX호남선으로 통하는 서울 동북권 철도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도심 접근성에다 서울 외곽과의 연계성도 우수한 청량리 재개발이 완료되면 낙후됐던 종전 이미지와 부족했던 교육 여건이 180도 바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1호 (2022.06.01~2022.06.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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