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살인 의혹들, '사건발생 1년 안'에 공통점 있어"
[이영광 기자]
지난 5월 3일 부산 동백항 부둣가에서 자동차 추락사고가 일어났다. 이 차에는 남매가 타고 있었는데 오빠는 살았지만, 여동생은 사망했다. 하지만 CCTV를 보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더구나 이 가족에게 10개월 동안 자동차 추락사고가 세 번이나 있었다. 우연일까?
지난 5월 24일 MBC에서는 < PD수첩 > '보험금과 설계된 죽음' 편이 방송되었다. 동백항 추락사고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는 최근 일어난 보험 살인 의혹이 있는 사례를 통해 보험 살인의 수법과 사전 대처 방안을 고민하는 내용이 담겼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5월 25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보험금과 설계된 죽음' 편을 연출한 양정헌 PD와 만났다. 다음은 양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양정헌 MBC PD |
ⓒ 이영광 |
- 지난 24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보험금과 설계된 죽음' 편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방송이 엄청 급박하게 돌아갔어요. (동백항 추락 사고의 경우) 사건 발생한 것도 5월 3일이었고 아직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도 있어서 새롭게 업데이트 되는 사실이 되게 많았었거든요. 무사히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사례는 많을 것 같은데 왜 급박하게 했나요?
"그렇지 않아요. 보험금 노린 살인 사건의 절대적인 수치가 많지 않고 게다가 저희가 취재할 만한 사건들은 이미 어느 정도 많이 알려져 있어요. 근데 저희가 취재했던 사건 같은 경우 비교적 최근으로 작년 10월에 있었던 일이고 특히 부산 사건 같은 경우는 3주 전에 발생했었던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 조사도 진행 중이에요. 그래서 방송 당일 저녁에 추가한 사실도 있어요."
-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벌어지는 보험 살인에 대한 건 어떻게 취재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처음에 시작하게 된 건 이은해 사건 때문이었고 보험금을 노린 사건들이 미디어에 많이 알려졌잖아요. 그리고 그 사건들 생각해 보면 다 배우자나 자식 등 친인척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왜 이렇게까지 잔혹하게 하는가라는 부분을 조금 찾아보고 싶어서 이 주제에 대해 얘기하게 된 거죠."
- 취재는 뭐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화순 사건을 먼저 취재했어요. 화순 사건이 당시 제일 최근 우리가 아는 좀 유명한 사건이었고 또 그 범인들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이었어요. 그런 데다가 이사건 이전에도 여러 번 보험 살인을 공모했던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지금 밝혀진 거 외에도 많겠다고 생각했죠."
- 사전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일단 여러 가지 사례들을 찾고 보험 사례 자체에 대한 논문이나 자료, 판결문 같은 걸 되게 많이 봤어요. 그래서 어떤 특징들이나 공통점들이 있는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건 발생 1년 안에 가입한 보험 개수가 엄청 많아요. 그리고 같은 보험을 쪼개서 드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수익자 변경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들이죠. 범인이 가족인 경우가 많아요. 왜냐면 보험금 받는 수익자가 거의 가족으로 돼 있기 때문에 가족끼리 벌어지는 경우가 많죠."
▲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 MBC |
- 동백항 추락 사고로 시작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제일 최근에 일어났고 이건 아직 혐의가 다 밝혀진 게 아니고 수사 중이기 때문에 이걸 보험 살인이라는 주제를 밝힌 다음에 뒤에 다루는 건 굉장히 위험하게 생각했어요."
- PD님은 이 사건 보고 어떠셨어요?
"이상했죠. 여동생이 사고 나서 죽었죠. 근데 불과 보름 전에 사고가 또 났었고 10개월 전에 아버지도 똑같이 자동차 추락 사고로 사망했어요. 일련의 과정들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은 당연히 있었죠."
- 사고 나기 전 핸드폰 등의 짐을 차에서 빼고 구조되고 짐을 찾는 게 의심스러워요.
"의심스러운 부분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그 부분을 얘기한 거죠. 바로 옆에 차가 있는데 왜 굳이 짐을 바깥으로 빼놨는지도 그렇고, 사고가 나고 실려 가는 구급차 안에서 핸드폰이 짐 안에 있으니까 가져다 달라는 부분이 확실히 의심스러운 부분이었죠."
- 앞에 추락 사고가 두 번 있었잖아요. 우연일까요?
"그건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겠죠. 경찰 조사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고요, 근데 그 부분에서 공통적인 부분이 발생하는 건 사실이에요. 그 현장에 오빠가 있고 신고를 오빠가 했다는 것 그리고 그 사고에 대한 보험금 수익자가 오빠였다는 것이죠. 물론 아버지 사망에서는 자식들이 같이 받았지만, 그로 인해 받는 보험금 혜택이 있었다는 부분들은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죠."
- 아버지 사고는 어떻게 난 건가요?
"아버지가 자주 가시던 낚시터에서 차량이 뚝 밑으로 추락해서 아버지가 사망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아버지가 실제로 운전을 직업적으로도 하시던 분이라 되게 베테랑이었고 평소에 주차하던 위치와 달랐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이상하다고 말하는 지인들이 많더라고요."
▲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 MBC |
- 화순에서 일어난 보험 살인은 조직적으로 했네요?
"그렇죠. 그런 것도 포식형 보험 범죄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죠. 아예 역할 분담을 하고 어떤 식으로 사건을 진행시킬지에 대한 어떤 사전 공모도 하고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치밀했죠. 그리고 대상을 바꿔가면서 실패하면 또 다른 사람을 찾고 또 실패하면 다른 사람을 찾았죠. 결국 성공하기 전까지 계속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게 조금 무서웠던 거죠."
- 거의 애정 문제를 이용한 것 같아요?
"타인이 가족으로 되려면 부부가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혼인신고 하는 식으로 되는 거죠. 그래야 법정 상속인으로 했을 때도 의심받지 않죠. 화순 사건 같은 경우는 연인 사이인데 그 수익자를 바꿨단 말이에요."
- 그럼 수익자가 가족이 아니라도 가능한 거예요?
"그게 법적으로 본인이 동의만 하면 가능은 해요. 근데 누가 봐도 의심스럽기 때문에 아예 법적으로 부부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았던 거죠. 예를 들어 제가 동의하면 제 보험의 수익자를 기자님으로 할 수도 있어요. 동의하면 상관이 없어요. 제가 피보험자이기 때문예요."
- 그랬을 때 지적 장애인 이용해 수익자 변경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거기에 대한 법적인 게 없나요?
"지적 장애인에게만 특별히 있는 건 없는 걸로 알고 있고 보험 가입 자체에 대해서 어떤 법적으로 뭔가 심사를 어떤 식으로 해야 된다거나 보험사의 책무를 강조한다거나 그런 법령 자체는 없어요."
- 방송에서 포식형 보험 살인이란 용어가 나오는데 쉽게 설명해주세요.
"포식형 보험 살인은 처음에 관계를 맺는 것부터 의도를 가지고 피해자를 물색한다는 게 특징이에요. 어떤 상황을 두고 목표를 두고 여기에 대해서 차례대로 훨씬 지능적이고 조직적으로 계획을 한다는 게 되게 중요하죠."
- 이은해에게 직접 살인죄 적용은 어려울까요?
"글쎄요. 그건 제가 법적으로 아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니라서 쉬울 거다나 어려울 거다로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기서도 반반이에요. 어떠한 물리적 행위가 없었는데 이걸 직접 살인으로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거든요. 물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는데 살인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요인을 심리적 지배, 가스라이팅이라고 검찰은 얘기한 건데 그게 얼마나 이 고인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끔 했는지 그걸 입증하는 게 중요하겠죠."
- 앞으로 보험 살인 막으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단기간에 여러 가지 보험을 한꺼번에 가입한다든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을 거거든요. 그런 부분들은 각 사의 보험 가입 정도나 이런 건 체크가 가능한 걸로 알고 있기 때문에 가입할 때 발견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무조건 거절이 아니라 거기에 대한 좀 더 기준을 두고 거기에 대해서 조금 더 파고들려고 한다면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근데 그게 안 되는 이유가 그걸 이렇게 한 군데서 하면 소비자는 다른 보험을 가면 되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한 조금 합리적인 어떤 기준이 있어야겠죠."
- 취재하며 느끼신 게 있을까요?
"강도나 절도는 얼마를 편취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요. 범행 대상이 가진 돈이 얼마일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보험금을 노린 범죄는 기대 수익 금액이 분명합니다. 상대방이 딱 보험금 만큼의 돈으로 보이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걸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사회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관계 자체를 이용한다는 거죠. 그런 것들이 되게 위험한 것 같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아예 가입 단계에서부터 예방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보험사들은 가입 단계에서 철저하게 심사하기보다는 보험금 지급에 대한 조사에 굉장히 힘을 쏟고 있거든요. 전직 경찰들이나 형사들이 그 팀에 있으면서 보험금 지급할 때 조금 수상한 건 없었는지 부분들을 조사하는데 조금 더 앞으로 당겨 가입 심사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포커싱을 맞추면 보험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 취재할 때 어려운 게 뭐였나요?
"어려운 점은 다들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하죠. 일단은 화순 사건의 피해자도 굉장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거절했고, 보험사 쪽도 보험을 심사에서부터 막아버리면 이 사람이 내는 보험료나 이런 부분들이 곧 그들의 매출인데 거기에 대해서 막기가 쉽지 않잖아요. 어쨌든 그 부분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그래서 거기에 대한 어떤 솔직한 얘기를 듣기가 어렵더라고요."
- 그러면 어떻게 했어요?
"파고드는 거죠. 시스템적으로 잘못된 거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이 구하고 현재 보험 제도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금감원에서 하고 있으니까 금감원에서도 얘기를 많이 듣는 식으로 정보를 계속 찾았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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