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사랑에 빠진 웨딩플래너, 의외의 결말
[양형석 기자]
한 번만 경험하면 박사가 될 수 있지만 한 번도 안 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게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군대'와 '결혼'이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아무리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로 아는 척하더라도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그가 미필인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결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다방면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해도 결혼의 그 오묘한 과정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처럼 결혼을 앞둔 초보 예비부부들은 잘못된 길에 빠지기 쉬운데 이들이 방황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 바로 '웨딩플래너'다. 웨딩플래너는 예비신랑, 신부의 경제사정 및 상황에 맞는 결혼식을 준비해 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웨딩플래너는 각종 예식업체에서 받는 소개비가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예비부부들도 웨딩플래너에게 마냥 끌려 다니지 말고 스스로 자신에 맞는 웨딩 업체들을 알아보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 <웨딩플래너>는 제작비의 3배 가까운 흥행수익을 올리며 제니퍼 로페즈를 흥행배우로 안착시켰다. |
ⓒ 시네마 서비스 |
배우와 가수로 모두 성공한 만능 엔터테이너
푸에르토리코 출신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로페즈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배우의 꿈을 키웠지만 "히스패닉계 출신은 미국 연예계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부모님의 반대에 꿈을 접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이 컸던 로페즈는 대학 1학기를 마치고 맨해튼에서 뮤지컬에 도전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머니 트레인>과 <잭> 등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던 로페즈는 1997년 호러영화 <아나콘다>를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배우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던 로페즈는 1999년 뜬금없이 가수로 데뷔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만 30세로 댄스가수에 도전하기엔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였다. 하지만 로페즈는 데뷔 싱글을 통해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차지하며 미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떠올랐다. 그리고 로페즈는 2001년 2집 발매시기에 맞춰 로맨틱 코미디 <웨딩플래너>를 선보였다.
훗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매튜 맥커너히와 호흡을 맞춘 <웨딩플래너>는 세계적으로 94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로페즈는 2002년 <러브 인 맨하탄>까지 흥행시키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가수로서도 꾸준히 히트곡을 발표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성스타 중 한 명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로페즈는 2003년 실제연인이었던 밴 에플렉과 함께 출연한 <갱스터 러버>가 골든라즈베리시상식에서 6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고 2004년작 <저지걸> 역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걸은 로페즈는 많은 대중들로부터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로페즈는 2010년 < 플랜B >를 성공시키며 '로맨틱코미디의 여왕'으로서 건재를 과시했다.
이처럼 로페즈는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배우로서는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여전히 많은 영향력을 자랑했다. 지난 2018년에는 빌보드지에서 선정한 올타임 여성 아티스트 순위에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신디 로퍼 등을 제치고 29위에 오르기도 했다. 로페즈는 지난 2019년 주연과 제작에 참여한 <허슬러>가 제작비의 7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본인의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 야외극장에서 첫 데이트를 한 메리(오른쪽)와 스티브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야외극장에서 사랑을 확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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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가장 성공한 웨딩플래너 중 한 명인 메리(제니퍼 로페즈 분)는 사실상 회사를 먹여 살리는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다. 직업적으로는 완벽에 가깝지만 인간적이고 엉뚱한 구석도 있는 메리는 어느 날 쓰레기차로부터 자신을 구한 아동병원 의사 스티브(매튜 맥커너히 분)를 만났다. 스티브와 야외극장에서 데이트를 한 메리는 키스 직전에 쏟아진 폭우로 데이트가 중단됐지만 자신이 스티브에게 반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스티브는 메리가 승진을 위해 반드시 성사시키려 했던 결혼식의 예비신랑이었다. 그리고 메리 역시 부모님이 어린 시절부터 메리의 신랑감으로 점 찍어둔 이탈리아 출신의 약혼자 메시모(저스틴 챔버스 분)가 있었다. 메리는 이뤄질 수 없는 '고객'인 스티브를 잊으려 하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꾸만 스티브와 만날 일이 생기고 메리와 스티브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서로에게 빠져 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메리는 메시모의 갑작스런 프로포즈를 받아주고 두 사람은 같은 날 다른 사람과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스티브는 프랜을 설득해 결혼을 취소하고 메리에게로 달려갔고 메리의 결혼식 역시 메리의 진심을 안 부모님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리고 '메리의 신랑' 메시모는 스티브를 그들이 첫 데이트를 했던 공원으로 데려다 줬다. 그렇게 재화한 메리와 스티브는 흑백영화가 상영되는 야외극장에서 아름다운 키스를 나누며 사랑을 확인했다.
사실 스티브가 쓰레기차에 깔릴 뻔했던 메리를 극적으로 구해주는 순간부터 그들에게 닥치는 난관과는 별개로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질 거라는 예상은 모든 관객들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메리와 스티브의 사랑이 이뤄지면서 어린 시절부터 메리를 사랑한 죄밖에 없는 메시모는 눈 뜨고 정혼자를 빼앗기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메시모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에는 '사랑의 큐피트' 역할까지 한다.
<웨딩플래너>를 연출한 아담 쉥크만 감독은 뉴욕 줄리어드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배우와 댄서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웨딩 플래너> 이후 <워크 투 리멤버>와 <열두 명의 웬수들2> 등을 만든 쉥크만 감독은 2009년 <헤어 스프레이>를 연출해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액션스타 채닝 테이텀을 스타덤에 올린 댄스 영화 <스텝업> 시리즈의 제작자로도 알려져 있다.
▲ <웨딩플래너>에 출연할 때만 해도 '로맨스가이' 이미지가 강했던 맥커너히는 13년 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는 배우가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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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부터 연기활동을 시작한 맥커너히는 2000년대까지는 <웨딩플래너>와 <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 <달콤한 백수와 사랑만들기> 등 주로 가벼운 영화에 출연하던 배우였다. 2010년대 들어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에 출연하며 연기폭을 넓힌 맥커너히는 2014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통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2014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에서 조셉 쿠퍼를 연기한 맥커너히는 2016년 뮤지컬 애니메이션 <씽>에서도 버스터 분을 연기하는 등 다양한 재능을 뽐냈다. <웨딩플래너>에서는 프랜과 사랑 없는 결혼을 약속한 후 웨딩플래너 메리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는 아동병원 의사 스티브 에디슨을 연기했다. <웨딩플래너>에서는 30대 초반 시절 맥커너히의 풋풋한(?) 연기와 외모를 감상할 수 있다.
인터넷에 소시지를 팔아서 업계 최고의 갑부가 된 스티브의 약혼녀 프랜 역은 브리짓 윌슨이 연기했다. 사랑 없는 결혼에 회의를 느끼다가도 메리의 도움으로 식장까지 온 프랜은 "왜 나랑 결혼하려는 거지?"라는 스티브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하며 결혼을 취소했다. <마지막 액션 히어로> <모탈컴뱃> 등에 출연했던 윌슨은 1997년 호러영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은 알고 있다>에서 엘사를 연기했다.
진흙 먹는 개구쟁이였지만 시간이 흘러 메리의 정혼자로 나타난 메시모는 두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빌런'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의외로 메리를 향한 진심과 순애보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다. 메시모를 연기한 저스틴 체임버스는 <그레이 아나토미>의 알렉스 카레브 박사 역으로 유명한 배우다. 시즌1부터 전 시즌을 개근하던 체임버스는 지난 2019년 시즌16 방영 도중 하차했고 <그레이 아나토미>는 현재 시즌18까지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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