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제트기류

고승욱 2022. 6. 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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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상학자 윌리엄 플럼리·리드 브라이슨 박사는 1944년 괌 제20공군 기상센터에서 근무했다.

있는지도 몰랐던 블랙홀이 은하의 질서를 유지하는 중력의 중심인 것처럼 제트기류는 초자연적 기상현상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원인은 역시 제트기류다.

기상학자들은 제트기류의 변화가 인류가 감당할 한계치를 넘는 시점을 2060년으로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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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욱 논설위원


미국 기상학자 윌리엄 플럼리·리드 브라이슨 박사는 1944년 괌 제20공군 기상센터에서 근무했다. ICBM 운용 부대로 유명한 제20공군은 원래 일본 본토 공습을 위해 창설됐다. 장거리 폭격기를 태평양 너머로 보내려면 날씨를 확인해야 했다. 괌은 기상관측을 위한 최전방 기지였다. 플럼리 박사는 94년 미국기상학회보에 기고한 ‘일본 상공의 바람’이라는 글에서 고도 9000~1만m에서 부는 시속 300㎞ 안팎의 서풍을 매일 관측했던 당시의 상황을 50년 만에 회고했다. ‘200노트(시속 370㎞) 바람의 이빨로 방어하는 일본 도시를 공격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B-29는 폭탄 조준경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바람이 제트기류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대기권 윗쪽에 나타나는 빠르고 좁은 공기의 흐름이다. 뜨거운 적도와 차가운 극지방의 온도차가 만든 기압의 차이와 지구 자전의 영향이 한쪽으로만 부는 강한 바람띠를 만들었다. 2차대전이 끝나고 세계경제가 호황일 때 제트기류는 항공사에 연료비를 절약해주는 선물이었다. 정확한 위치를 찾아 올라타거나 피하면 됐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트기류는 인류의 생존을 좌우하는 자연현상으로 떠올랐다. 있는지도 몰랐던 블랙홀이 은하의 질서를 유지하는 중력의 중심인 것처럼 제트기류는 초자연적 기상현상의 원인이자 결과라는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은 연일 50도에 달하는 살인적인 더위에 시달린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초여름 날씨에 날던 새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원인은 역시 제트기류다. 인도 상공 제트기류 속도가 뚝 떨어져 북쪽으로 크게 휘면서 열돔현상이 발생했다. 제트기류는 북극이 따뜻할수록 속도가 느려진다. 그런데 현재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다. 기상학자들은 제트기류의 변화가 인류가 감당할 한계치를 넘는 시점을 2060년으로 예측한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가 열돔에 갇히면서 끔찍한 여름을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올해 우리는 무사할지 걱정이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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