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낡은 정치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김나래 2022. 6. 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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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시청자들의 '추앙' 속에 막을 내렸다.

진짜가 아닌 것들에 둘러싸인 채 원치 않는 방향으로 떠밀리듯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제 그만 해방되자고, 주인공들처럼 용기를 내어보자고 한 드라마의 울림은 컸다.

어떻게 투표를 해야 이런 낡은 정치로부터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을까.

진정한 해방은 아닐지라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정당 정치를 향해 유권자로서 소심한 반격을 했다는 생각에 공허했던 마음이 조금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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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시청자들의 ‘추앙’ 속에 막을 내렸다. 진짜가 아닌 것들에 둘러싸인 채 원치 않는 방향으로 떠밀리듯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제 그만 해방되자고, 주인공들처럼 용기를 내어보자고 한 드라마의 울림은 컸다. 일상에서 흔히 쓰지 않는 ‘해방’ ‘추앙’ ‘환대’ 같은 단어를 소환한 드라마 대사에 사람들은 반응했다. 그들처럼 나도 대사를 곱씹다 문득 며칠째 뜯지 않은 채 구석에 처박아둔 선거 공보물에 시선이 가서 닿았다. 혹시 저 지긋지긋한 낡은 정치로부터 해방될 방법도 있을까.

윤석열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치러지는 선거의 구도는 어느 때보다 단순하다. 갓 출범한 정권에 힘을 실어 달라는 국민의힘과 견제할 힘을 달라는 더불어민주당의 구호가 전부다.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낮은 지방선거 투표율을 생각해보면 이미 입장이 정해진 사람들만 투표장에 갈 확률이 높다. 이번 선거가 여야 모두 우리 편만 투표장으로 끌어내면 이길 수 있다는, 쉬운 정치 수싸움 형태로 펼쳐지는 결정적 이유다.

핫한 정책 이슈도 없던 선거 막판, 김포공항 이전 문제가 등장했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 후보와 송영길 전 대표가 각각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와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나름 띄워본 승부수가 막바지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사실 대선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할 두 사람의 출마로 민주당의 선거 스텝은 처음부터 꼬였다. 팬덤이 아니라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목소리를 내준 건 여성·청년·정치 신인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뿐이었다. 그의 ‘86 용퇴론’ 발언이 정무적으로 노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를 물어뜯던 민주당 내 86 주류 세력의 행태와 이를 방관한 대다수 의원의 모습은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표를 받겠다는 정당의 태도로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문제는 지난 정권 내내 그랬듯이 야당의 부진은 곧 여당의 안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실망스러운 수준의 장관 인사, 여전히 국정 운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집권 세력의 부족함을 ‘정권 심판 완성론’으로 가리기에 급급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앞세워 아낌없는 예산 지원으로 지역 숙원 사업 해결을 약속하는, 집권당 프리미엄에 기대는 게 선거 전략 같았다. 역대 선거 때마다 비록 당선 가능성은 낮아도 우리 사회에 의제를 던지곤 했던 진보 정당의 선전도 이번엔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든 정당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사이 후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다.

어떻게 투표를 해야 이런 낡은 정치로부터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을까. 최악의 후보들 사이에서 차악을 고르는, 소위 ‘크라잉 ○○○’을 외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찍었던 표와 결별할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두툼한 봉투를 뜯어 후보자들의 공보물을 하나하나 꺼내 펼쳐봤다. 서울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광역비례의원, 기초비례의원, 교육감 후보까지. 여태껏 안 해본 일을 하기로 했다. 소속 정당을 지우고, 그동안 후보가 해온 일과 앞으로 하겠다는 공약만 제대로 따져보기로 한 것이다.

이 사람이 그동안 이런 일을 정말 했다고? 이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겠다고 하는 걸까, 정말 할 수 있는 건가 아닌가. 마치 시험이라도 보듯 펜을 들고 밑줄 그어가며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잘 모르는 내용은 검색하며 자료를 찾았다. 그러다 보니 도저히 뽑을 수 없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지 못한 조합이 완성됐다. 진정한 해방은 아닐지라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정당 정치를 향해 유권자로서 소심한 반격을 했다는 생각에 공허했던 마음이 조금 채워졌다.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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