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반려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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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오는 과정에서 이웃과 심하게 다퉜다.
반려동물로부터 받는 절대적 사랑과 일관된 관계가 큰 위로라 한다.
때론 가족이나 이웃보다 더 신뢰하며, 삶의 반려자로 깊은 정을 나눈다.
집에서의 반려동물처럼 도시에서 반려공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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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오는 과정에서 이웃과 심하게 다퉜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갈등이 오히려 인간적이고, 무관심 아니 ‘관계 맺기에 대한 강한 거부’가 더 보편적이라는 진단도 있다. 아파트는 집 구조가 동일해 무리해서라도 승용차로 차별화하고, 육아나 교육 외에는 관계 맺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공동주택이 더 공동체를 구축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라니. 이웃뿐인가? 젊은 세대들은 절대적 관계가 부담스러워 결혼을 꺼리고, 양육과 미래에 대한 부담으로 출산도 꺼린다. 가족 간에도 아픔과 사연이 즐비하고, 동네 간 지역 간 편 가르기까지 심해지니 가히 사회적 관계의 총체적 위기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위기에 닿아 있다. 쓸모없고 돌보는 일만 많을까 주저했지만 반려동물로 인해 삶이 바뀌었다는 분을 자주 만난다. 반려동물로부터 받는 절대적 사랑과 일관된 관계가 큰 위로라 한다. 때론 가족이나 이웃보다 더 신뢰하며, 삶의 반려자로 깊은 정을 나눈다. 반려는 필요하지만 적극적 돌봄이 부담되는 1인 가구는 반려식물을 입양한다. 플랜테리어(Planteria)까지는 아니라도 작은 집에서 한 포기 한 그루 식물이 자라는 화분은 큰 정원이고 그 자체로 위로다. 반려란 우리가 늘 살아있는 존재와 관계 맺고 싶음을 증명한다.
공원은 묘한 존재다. 도로, 운동장, 체육관처럼 이름부터 딱딱한 도시계획 ‘시설’의 하나지만, 살아있다. 밤과 낮이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며, 해마다 달라진다. 나무와 풀과 꽃이 피고 지고, 크고 작은 생명이 기거하고 번식한다. 눈이 펑펑 내리는 공원과 소나기가 쏟아지는 공원은 또 얼마나 다른가. 주민이 변화시키기도 한다. 쓰레기를 줍고, 정원을 가꾸고, 마켓을 열며 공원을 돌본다. 늘 변하므로 곧 살아있다. 집에서의 반려동물처럼 도시에서 반려공원이 필요한 이유다. 경쟁과 이익을 잠시 잊는 돌봄과 위로의 공간이 도시 곳곳에 뿌리내릴 때 위기의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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