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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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은 사람의 걱정, 노파심인가.
미국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했다는 말.
다만 나이 든 사람들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강연 요청이 오면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응해야 할 것이며 강연료를 따지지 말아야 할 것이며 '세상 사람들의 감정을 돌보아주는 서비스 맨이 시인이다' 그 마음 변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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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은 사람의 걱정, 노파심인가. 요즘은 자꾸만 걱정스러운 일들이 일어난다. 우선은 비가 안 와서 걱정이다. 풀꽃문학관의 꽃들이 시들어가는 걸 보면서 마음도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정말로 이러다가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되는 건 아닐까, 정말 걱정스럽다.
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날씨 걱정이 그치지 않는다. 지구 전체의 기후 현상이 달라졌다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일이고 체감하는 문제다. 무엇보다도 기후가 사나워졌다. 봄과 가을이 짧아진 대신 여름과 겨울이 길어졌다. 이러다가는 봄과 가을이 아예 사라질 판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도 출산율 저하가 문제다. 이른바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 하기야 이것은 최근의 문제가 아닌 오래된 문제로, 누구도 쉽게 답을 내놓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사람들 각자의 인생관과 의식 구조, 삶의 형식에서 나온 것이니까 말이다.
며칠 전엔 안 읽었으면 좋았을 기사를 하나 읽었다. 미국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했다는 말.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 섬뜩하고도 무서운 경고다. 2020년 국가별 출산율을 기초로 해서 한국이 조사 대상 200개국 가운데 출산율 0.84명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하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아기를 낳는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누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말할 문제가 아니다. 또 그것은 젊은 세대들의 몫이다. 다만 나이 든 사람들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과거 우리 부모 세대만 해도 자식을 낳아 기르고 가르치는 일이 인생 최대의 과업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세상을 산다는 마음들이었다.
우리 부모만 해도 6남매를 낳아서 길렀고 처가댁은 9남매를 낳아서 길렀다. 자식 많이 낳은 집안을 축복받은 집안, 번성한 집안으로 알아주었고 그런 집안의 자식일수록 생활력이 강했고 형제간의 우애도 돈독했다. 그러나 이제는 두 자녀 집안을 넘어서 한 자녀 집안이 늘고 무자녀 집안도 있고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는 젊은이들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에서도 잘사는 나라들 축에 들어간다. 내가 보기에는 단군 이래 지금 우리는 가장 잘사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가 잘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족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이 만족이 없음, 불만족이 불행감을 불러온다.
언젠가 나는 박노해 시인이 보내는 집단 이메일을 한 통 받은 일이 있다. 제목은 ‘나라가 망하는 길’. 내용은 이렇다. ‘군인이 나약해지면 나라가 망한다./ 지성이 교만해지면 나라가 망한다./ 청년이 고개 숙이면 나라가 망한다./ 정치가 부패해지면 나라가 망한다./ 언론이 가짜가 되면 나라가 망한다.’ 이 얼마나 섬뜩한 경고인가. 다섯 가지 항목 어느 것 하나라도 아니라고 강하게 항변할 수 없어서 무거운 마음이다.
정말로 이쯤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가난한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가난한 마음이란 결코 초라한 마음이 아니다. 작은 것, 오래된 것, 흔한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말한다.
나부터 글 쓰는 사람이니 오만한 마음을 갖지 말아야 한다. 강연 요청이 오면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응해야 할 것이며 강연료를 따지지 말아야 할 것이며 ‘세상 사람들의 감정을 돌보아주는 서비스 맨이 시인이다’ 그 마음 변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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