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부인 팬클럽이 제2부속실인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대통령 집무실 사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달 27~2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다음 날인 29일 김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김 여사는 셀럽을 꿈꾸었던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가 주말에 집무실을 방문해 반려견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 집무실에 놀러 가느냐’고 꼬투리 잡을 건 아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김 여사 팬클럽을 통해 공개된 것은 문제다. 대통령의 재임 중 활동과 발언, 사진은 대통령실을 통해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보안은 물론 국민 정서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여사는 대통령실과 상의 없이 사진을 팬클럽에 전달해 공개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비대한 대통령실 규모를 줄이겠다며 대통령 부인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했다. 그런데 지금 팬클럽이 제2부속실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검찰 수사 대상이 됐고, 부적절한 사적 통화 내용이 공개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근거 없는 흑색선전 탓도 있다. 하지만 김 여사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아직은 편하지 않다. 김 여사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전시기획사 운영도 접고 ‘조용한 내조’를 말했던 것 아닌가.

대통령실의 대응도 문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실 직원이 사진을 찍었느냐’는 질문에 “아닌 것 같다”고 했다가 다시 “부속실 직원이 찍었다”고 말을 바꿨다. 집무실 보안규정도 “대통령 부인은 예외”라고 했다. 김 여사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젠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말이 꼬인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활동에 대한 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사생활이라며 대충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김 여사 스스로도 엄격한 공사 구분을 통해 더욱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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