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시시각각] 기업을 춤추게 하는 나라
기업의 기 펴게 하자 투자 줄 이어
국내 일자리 원하면 기업 기 살려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매사 사람을 그렇게 대하라는 뜻인데,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우리 기업을 춤추게 하고 있다. 삼성·SK·LG·현대차·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CJ·코오롱 등 국내 주요 그룹이 5년간 1080조원을 투자한다. 이 소식을 접하자 지난 5년 암울한 기업 분위기가 먼저 떠올랐다.
기업인들은 만날 때마다 한숨을 내쉬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재벌 개혁을 공언한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반시장 정책 기조는 기업의 기(氣)를 꺾었다. 정권 막판에는 과잉 입법으로 치달은 중대재해처벌법까지 통과됐다. 기업은 눈치나 살피는 복지부동(伏地不動)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 행사에서 배제되고 주요 그룹은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런 분위기에선 기업가정신·투자·일자리 모두 위축된다.
일자리의 원천은 투자 기회다. 기업은 돈을 쌓아둘지라도 위축되면 투자도, 고용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잿빛이었던 국내 기업의 분위기가 최근 무지갯빛으로 바뀌고 있다. 움츠렸던 어깨를 펴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리 기업들은 무엇보다 한·미 경제·안보·기술동맹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저력과 가치가 제대로 인정되는 분위기다.
정치권력의 재벌 개혁 엄포는 시대착오적 정치논리의 유산이다. 기업이 춤추게 하는 데는 좌우가 있어선 안 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방문하고 현대차 회장과 장시간 환담을 하며 미국에 투자를 유치하는 건 어떤 의미인가. 그건 바로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기업의 저력과 가치를 의미한다. 정치권력이 손보겠다면서 기죽일 대상이 아니란 얘기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현대차의 자동차 공장, LG·SK의 배터리 공장이 미국 땅을 뒤덮는 건 제2의 한강의 기적이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우리 기업이 만든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조잡한 제품의 대명사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2류는 설자리가 없었다.
기업의 국제화는 국내 기업에서 국제 기업을 거쳐 다국적 기업과 글로벌 기업 단계로 발전한다. 미국에 진출한 우리 대기업들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다. 그것도 기술 패권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유치 1순위로 꼽히는 기업이다. 여기서 착각해선 안 될 것은 미국은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위해 우리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90년대 이후 산업의 무게중심을 창조적 혁신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옮겨갔다. 그래서 반도체와 원전 등 핵심 제조업조차 소홀히 했다. 그사이 한국은 비약적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시점에서 윤 정부의 등장은 우리 기업의 도약에 또 하나의 절묘한 계기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국내에선 기를 펴지 못했던 기업들이 마음껏 춤출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이 신발 끈을 바짝 조여 매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 투자액은 450조원이다. 이 중 360조원은 국내에 투자된다. 신규 채용 규모는 8만 명에 달한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간 우리 대기업들은 돈을 싸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 돈은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줬다. 우리의 일자리를 미국에 빼앗겼다고만 볼 일은 아니다. 우리 기업의 기술이 글로벌 표준이 되고 시장을 확보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우리가 진출하지 않으면 일본이나 대만 등 다른 경쟁국이 진출하거나 미국 기업이 그 자리를 꿰찬다.
국내에도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이 신나게 춤출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처럼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40만 개 넘게 쏟아낸다. 시장원리를 거스른 규제를 없애고, 노사 대립만 완화된다면 기업이 국내에도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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