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120달러 뚫었다, 오일 인플레 악몽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이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90% 줄이기로 합의했다.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 카드가 통과됐지만 에너지발 물가 불안 우려도 커지게 됐다.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대폭 감축 합의 등에 국제유가는 2개월 만에 배럴(158.9L)당 12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EU 정상들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해상 수송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전면 금지하고, 송유관을 통해 육로로 유입되는 원유만 수입을 허용하는 절충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EU는 막판까지 제재안에 반대한 헝가리를 예외로 인정하며 타협점을 찾았다. 원유 수요의 27%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EU 회원국들은 이 중 3분의 2를 해상으로, 나머지를 송유관으로 공급받고 있다. EU가 러시아에 지불하는 원유 대금은 월 230억 달러(약 28조5000억원)에 달해 EU의 러시아 원유 금수는 강력한 대러 제재 카드로 꼽혀 왔다.
“러시아의 막대한 돈줄 차단”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90%까지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전쟁 무기 비용을 대는 러시아의 막대한 돈줄을 차단하겠다”며 “전쟁을 끝내도록 러시아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EU가 하나임이 증명됐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 전체가 이번 제재안을 채택하면 러시아는 아시아 등 대체 수출처를 찾아 원유를 할인 판매해야 해 이에 따른 손실이 연간 최대 100억 달러(약 12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NYT는 “지금껏 러시아에 부과된 가장 가혹한 경제적 형벌이자 유럽 국가의 가장 큰 희생”이라고 평가했다.
EU는 이번 합의에서 헝가리의 반발로 폴란드·독일·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 등을 지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독일·폴란드는 수혜를 거부하고 원유 금수를 시행하기로 했고,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는 예외를 인정받았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100% 금수를 기대했던 EU와 우크라이나엔 반쪽짜리 성과다. FT에 따르면 러시아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하루 최대 75만 배럴까지 원유 수출이 가능하다. 이 경우 EU로부터 한 달에 20억 달러(약 2조5000억원)를 벌 수 있다.
이번 제재는 EU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에드워드 가드너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수출은 올해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가 상승으로 손실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저렴한 러시아 원유를 포기하고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EU는 고유가에 따른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EU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의 이달 물가상승률은 7.9%로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의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38.3% 상승했다.
장기적으로 EU의 단일 대오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독일·네덜란드·벨기에 등은 비싼 값을 치르고 원유를 구해야 하는 반면, 헝가리는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받게 돼 EU 회원국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다. NYT는 “EU의 이번 논란과 핀란드·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논쟁 등을 통해 EU의 잠재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단합이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고 지적했다.
EU는 이날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러시아 국영 방송사 3곳의 콘텐트 송출 금지,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러시아인들에 대한 추가 제재도 결의했다. 또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90억 유로(약 12조원)를 대출 형태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방역 봉쇄 완화로 원유 수요 늘 전망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완화로 원유 수요 증가 전망 속에 EU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대규모 수입 감축에 합의하자 유가는 치솟았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7월물 선물 가격은 121.67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가 12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말 이후 2개월 만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유(WTI) 7월물 선물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3.7% 오른 119.28달러에 마감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단계적으로 해제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시는 1일부터 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가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시는 일부 대중교통 및 다중이용시설을 다시 연다고 발표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협의체 OPEC플러스(+)는 2일 회의를 열고 증산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월 40만 배럴 증산 계획을 고수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FT는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새론, 음주운전 채혈 검사 결과 나왔다…"면허 취소 상태"
- "고민정 누드사진" 이 말에…가세연, 이번엔 통장 가압류됐다
- "남편 내연녀, 집단 성폭행 하라" 남성 5명에 사주한 아내
- 백악관 간 BTS, 검은 정장에 강렬한 6분…"亞 증오 범죄 근절"
- 도로 위 '사각철판'이 힌트다...靑 둘러싼 '보이지 않는 비밀' [청와대 백과사전]
- "내게 가위 표시 하더라" 尹수행단장도 울린 '무소속 바람'
- "떼창에 목 쉰줄 알았는데" 3년만의 봉인해제, 후폭풍 덮쳤다
- [view] 그랜저 뽑을 돈 날리실래요? 오늘 한표 가치 3612만원
- 음주운전 김새론도 뭇매 맞는데…지선 출마 36%가 전과자라니 [임명묵이 고발한다]
- 中왕이 한방 먹였다, 중국계 호주 女장관의 '피지섬 도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