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을 예고한 '고스트' 장용준

윤민섭 2022. 5. 3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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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농심 레드포스 연습실에서 ‘고스트’ 장용준을 만났다.

그는 팀이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를 8위의 아쉬운 정적으로 마무리한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름을 불태우겠다”면서 서머 시즌에는 반드시 플레이오프 진출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고 자신했다.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가 끝난 뒤 처음 만난다.
“몇 년 만에 긴 휴가를 받았다. 잠도 충분히 자고, 오랫동안 못 봤던 친구들도 만났다. 한 달 전쯤 숙소로 복귀해 솔로 랭크와 스크림, 비시즌 이벤트 등 통상적 일정을 소화했다. 최근에는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처음 프로게이머로 데뷔했을 때보다 몸무게가 10㎏가량 늘었다.”

-스프링 시즌에 팀이 부진했다. 정규 리그를 8위(5승13패)로 마무리했다.
“좌절감을 많이 느낀 시즌이었다. 내가 ‘리그 오브 레전드(LoL)’란 게임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지식을 팀원들에게 전달한다면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로 봤다. 그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진출은 당연할 거로 예상했고, 그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시즌을 시작했다. 부족한 실력과 코로나19 확산 등의 악재가 겹쳐 아쉬운 결과를 맞았다.”

-여러 차례 우승을 경험한 뒤 지난 연말 둥지를 옮겼다. 이 팀에 어떤 변화를 주고 싶었나.
“개인적으로 작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깨달은 바가 많았다.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야 할 타이밍, 라인전에서의 디테일 등을 많이 배웠다. 게임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점을 올해 농심 팬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어 시즌을 열심히 준비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실수가 잦아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팀원들의 코로나19 확진과 맞물려 서포터로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팀 상황을 봤을 때는 그게 가장 이기기 좋은 전략일 거로 판단했다. 연습 결과도 좋았다. 그러나 실전에선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손에 덜 익은 챔피언들을 하다 보니 플레이들이 ‘숨 쉬듯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 당시에는 포지션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시기 자체가 좋지 않았다.”

-서머 시즌엔 팀이 더 나은 성적을 거둘 거로 보나.
“플레이오프 진출은 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승을 노리기에는 여전히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우선 플레이오프 진출을 통해 롤드컵행 티켓을 따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스프링 시즌의 농심은 운영 능력이 너무 부족했다. 지금은 기본적인 것들은 해내고 있다.”

- LoL이란 게임의 운영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나.
“일정 부분 있다고 본다. 상황에 맞춰 유기적으로, 초 단위로 판단을 바꾸는 게 운영의 정답이다.”

-장 선수는 게임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나.
“지난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을 치른 뒤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이후 팀에 합류하신 양대인 감독님께서 많은 얘기를 들려주셨는데, 그때 무언가 깨달음을 얻었다. 라인 관리에 대한 개념이라든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지금은 서포터 동료들한테 내가 가르쳐주는 입장이 되지 않았나. 새삼 ‘내가 작년에 배운 게 많구나’싶더라.
담원 기아에서 좋은 팀원들과 코치진으로부터 배운 게 많다. 그전부터 게임을 오랫동안 해온 만큼 노력도 많이 했다. 똑같은 플레이를 하더라도 그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고 했는지, 그러지 않았는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나는 전자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생각을 많이 하면서 게임을 하려 한다.”

-지금과 같은 플레이 스타일을 갖추는 데 영향을 준 선수들이 있었나.
“삼성 갤럭시의 바텀 듀오였던 ‘룰러’ 박재혁, ‘코어장전’ 조용인 선수한테 영향을 받았다. 두 선수의 뛰어난 호흡도 인상적이었지만, 당시에는 ‘룰러’ 선수만큼 공격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는 선수가 국내에 많지 않아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베릴’ (조)건희 형을 비롯한 담원 기아 선수들한테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 여기 농심에 와서도 ‘비디디’ (곽)보성이의 라인 관리, ‘칸나’ (김)창동이의 앞으로 치고 나가는 플레이 등을 보며 영감을 받는다.”

-‘라인전에서 귀환 타이밍을 잘 잡는 영리한 선수’라는 평가도 받는다.
“귀환 타이밍을 잘 잡아야 ‘턴’을 만들 수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아주 중요한 요소다. 나는 이런 능력에 강점이 있는 것 같다. 프로게이머들 간 대결에선 심리전이 치열하다. 이 싸움에서 수를 잘 꼬는 게 ‘리헨즈’ 손시우 선수다. 아주 독특한 플레이를 한다.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다든지, 예상 밖 시간에 등장하는 식으로 선수들의 귀환 타이밍을 망가트린다. 변수를 만드는 능력이 좋다.”

-서머 시즌이 곧 개막한다. 어떤 팀들이 상위권에 포진할 것으로 보나.
“T1은 당연히 잘할 것이다. 국제 대회 일정 소화로 피로도가 누적됐겠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제 궤도에 올라올 것으로 본다. 젠지도 체급이 워낙 좋은 팀이라 잘할 것으로 예상한다. ‘너구리’ 장하권이 복귀하고, 새 팀원끼리 충분히 합을 맞춘 담원 기아도 더 강해질 것 같다.”

-최근 12.10패치 적용 이후 챔피언들의 체력이 증가했다. 경기 양상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나.
“챔피언의 체력이 늘어난 건 양 측 모두 같아 생각만큼 체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다이브를 할 때 패치 변화가 많이 느껴진다. 타워 대미지가 강력해지지 않았나. 다이브를 시도하다가 한 번 삐끗하면 모조리 죽는 상황이 자주 나온다. 개인적으로 원거리 딜러 챔피언들은 체력을 200 정도 올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장 선수는 이번 패치가 반가운가.
“개인적으로는 다이브 빈도가 줄어들 것 같아 아주 아쉽다. 다이브 상황을 만드는 게 내 강점이라고 생각해서다. 대신 챔피언들의 생존력이 늘어난 만큼 한타 상황에서 원거리 딜러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부분은 자신 있어서 서머 시즌이 기대된다.”

-다이브가 원거리 딜러의 강점이라는 건 신선하게 들린다.
“팀이 다이브를 잘하기 위해선 라이너의 라인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특정 상황이 닥쳤을 때 임기응변으로 풀어나가는 게 아니라, 놓인 상황을 완벽히 이해하고 미리미리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담원 기아에 입단한 뒤부터 라인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됐다. 팀이 판테온을 서포터로 해석하고, 적극적인 다이브 메타를 창조해내면서부터였다.”

-끝으로 인터뷰를 통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다면.
“앞선 스프링 시즌에 관객분들과 현장에서 호흡할 기회가 있었다. 계속 패배하고,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드리니 팬분들께 인사드리기가 부끄러웠다. 눈을 마주치기도 힘들었다. 서머 시즌엔 시원한 경기력으로 승리를 안겨드리고 웃으면서 인사드리고 싶다. 여름을 불태워보겠다.
덧붙여서, 이번 MSI 결승전에서 ‘제우스’ 최우제 선수의 데스를 당한 후 표정을 보니 부담감을 너무 심하게 느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더라. 나는 MSI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롤드컵보다 심한 것 같다. T1 선수들 정말 많이 고생했으니, 팬들께서도 비난보다 응원과 격려의 한 마디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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