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 선관위도 당황..박지현·이준석 싸움난 'AI 윤석열'

박태인 2022. 5. 3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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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지방선거 최종 점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AI 선거운동 의혹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히트 상품이었던 ‘AI윤석열’을 둘러싸고 선거개입 논쟁이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겪어보지 않은 문제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할 만큼 새로운 현상이다.

발단은 박영일 국민의힘 경남 남해군수 후보가 31일 자신의 SNS에 공유한 ‘AI윤석열 영상’ 게시물이다. 박 후보 측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남해군 공약을 알리려 만든 ‘AI 윤석열’ 동영상에 “박영일 남해군수와 함께합니다”라는 자막을 넣어 배포했다. 공직자 신분이라 선거개입이 금지된 윤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페이크 영상’을 만든 것이다. 현재 이 영상은 박 후보의 SNS에선 삭제된 상태다.


박지현과 이준석의 AI윤석열 논쟁


그러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포문을 열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영상을 거론하며 “실제 윤석열 대통령이 동영상 제작을 허락했거나 알고도 묵인했다면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탄핵까지도 가능한 중대사안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적었다. 박 위원장은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허락하지 않았는데 일선 후보들이 이런 동영상을 만들었다면, 허위사실유포 등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AI 윤석열 선거개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제주 유세를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며 맞불을 놨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의중과도 전혀 관계 없고 (선거 때 만든 영상에) 조잡하게 몇 가지 자막을 추가한 것을 대통령 선거개입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억지”라며 “무엇보다 탄핵이란 단어를 끄집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과 이 대표는 모두 “선관위의 신속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결론을 내려야 할 선관위에도 이 문제가 ‘생소한 현상’이란 점이다. 현재까지 AI와 관련된 선거 개입 문제가 법적으로 논란이 된 경우는 없었다. 지난 대선에서 ‘가짜 AI윤석열’이 SNS에 퍼진 경우는 있었지만 양당의 지도부급 인사가 AI영상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한 적은 처음이다.

국민의힘 박영일 남해군수 후보가 만들었다고 삭제한 것으로 전해진 AI 윤석열 동영상. 박지현 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선관위 “우리에게도 새로운 현상”


선관위 관계자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현상이라 사이버 과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고 있는 단계”라며 “당장 답을 드리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AI와 딥페이크 영상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처벌 규정이나 구체적 조항이 없는 것도 문제다. 민주당 공명선거본부는 박영일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AI 선거개입과 관련된 판례가 아직 없기 때문에,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대선에서 AI윤석열이 도입된 이후 이와 같은 논쟁이 발생한 건 “시간문제였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예기치 않은’ 논쟁이 아니라 ‘예고된 논쟁’이란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 AI오세훈, AI김동연 등 수많은 정치인이 AI동영상을 만들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이런 논쟁은 계속해 발생할 만큼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선거 60일 전부터 정치인과 비슷한 동영상의 조작을 금지하고 있는 점 등을 참조할 필요가 있단 설명이다. 양홍석 변호사는 “이젠 사람 음성 몇 마디만 있으면 조작이 가능하고 증강현실도 다가오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과 선거가 접목되는 현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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