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은혜 16억 누락은 범죄"..승부처 경기에 막판 화력집중
6ㆍ1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더불어민주당은 ‘김은혜 때리기’에 화력을 집중시켰다. 선거 막판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가 16억원의 재산을 축소 신고한 사실이 확인된 점이 격전지인 경기지사 선거는 물론 전체 선거판세에 영향을 줄 핵심 변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마지막 선대위 회의에서 김 후보를 “거짓말의 여왕”, “상습 사기범”으로 지칭했다. 그러면서 “허위 재산 신고는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중죄인데, 이미 200만명이 넘는 경기도민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사전)투표를 마쳤다”며 “이는 참정권에 위해를 가한 명백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본인 재산도 계산할 줄 모르면서 33조원이나 되는 경기도 예산을 관리하겠다고 나선 용기는 가상하다”며 “당선돼도 무효가 될 선거에 연연하지 말고 조용히 물러나길 바란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김 후보는 KT부정청탁이 사실로 드러났고 가짜 경기맘 논란으로 진짜 경기맘들을 박탈감에 빠지게 한데다 재산 축소신고가 선관위에 꼬리가 잡힌 삼진아웃 후보”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강조해 온 윤석열 대통령의 뜻에 따라 당국도 성역 없는 수사에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경기도는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특히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두명의 잠재적 대선 주자의 정치생명이 동시에 걸려 있는 승부처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경기지사를 내줄 경우 직전 지사였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본인의 계양을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치명상을 입게 된다”며 “반대로 경기도에서 승리할 경우 이 위원장은 물론,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까지 차기 대선후보급으로 부상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지도부가 김은혜 후보를 집중 공격한 배경이 ‘이재명ㆍ김동연 구하기’와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경기지사 선거 외에도 주요 격전지에 출마한 후보들을 '대선 주자급'으로 치켜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민석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강원도특별법의 주인공 이광재, 황당한 정치 공작을 이겨내고 있는 양승조, 실력과 도덕성에서 우위인 김동연이 반드시 살려주셔야 할 대표적 인물”이라며 “이광재, 양승조, 김동연이 당선되면 유능한 단체장이자 강력한 차기 주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김은혜 후보에 대한 공세를 마친 직후 이춘희 세종시장 후보의 유세를 지원한 데 이어,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의 캠프에서 최종 합동 기자회견을 하는 등 경기도와 함께 또다른 핵심 격전지로 꼽히는 충청권 표심 공략에 힘을 쏟았다.
당차원의 선거운동은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리는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집중 지원 유세로 마무리한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우세지역으로 꼽는 곳은 호남(광주, 전남ㆍ북)과 제주 등 4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한두개 더 이겨 5~6곳에서 이기면 굉장한 선방”(김민석 본부장)이라거나, “최소한의 균형을 만들어달라”(윤호중 위원장)며 지지층의 결집을 요청하고 있다.
민주당이 우세지역으로 분류한 곳 외에 희망을 걸고 있는 지역은 김동연 후보가 출마한 경기도와 양승조 후보가 출마한 충남 등이 꼽힌다. 특히 "경기도에서 승리하면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 이 곳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선거 운동 마지막날인 이날 출근길 인사와 학부모 간담회를 이어가며 인천 유세에 집중했다. 이 위원장은 계양 선거 유세 외에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계양을에서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여론조사에 속아선 안 된다. 연고보다 실력, 연고보다는 충직하고 큰 역할을 할 일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거 막판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반전 카드'로 제시한 김포공항 이전 공약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서울시의회에서 김포공항 이전을 “검토해볼만한 제안”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언급하며 “알면서도 국민을 속이고 선동하는 악질 사기”라는 글을 올렸다. 유세 현장에서도 “(외국인이) 인천(공항)에서 갈아타 제주로 가면 훨씬 시간이 짧고, 제주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여권의 공세를 방어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위원장과 함께 김포공항 폐지 공약을 낸 송영길 후보도 이날 을지로입구역를 시작으로 2호선 지하철 노선을 따라 서울을 순회하는 마지막 유세를 펼치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에 대해)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 불과 반년, 일년도 되지 않아 말을 바꿨는데,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리는가”라며 공동전선을 폈다.
그러나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김포공항 폐지는 당내 조율을 거쳐야 할 내용인데, 아무 조율 없이 나온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며 이들과 거리를 뒀고, 당 지도부도 “‘공약’ 발표가 아닌 ‘연구과제’”(김민석 본부장)라고 선을 긋는 등 선거 직전까지 민주당 내 엇박자가 노출됐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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