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만에 달성한 일곱 번째 우승.. 경남고, 황금사자 품었다
[박장식 기자]
▲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경남고등학교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
ⓒ 박장식 |
'태양을 던지는 사나이' 장태영이 해낸 3연승, 하지만 까마득한 삼십 몇 년 전 치른 결승에서의 석패, 그런 영욕의 세월을 지난 끝에 경남고등학교가 48년 만에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았다. 경남고등학교는 일곱 번째 황금사자기 우승, 그리고 열 여덟 번째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30일 저녁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평택 청담고등학교와 경남고등학교의 우승 도전이 펼쳐진 결승전은 역시 결승전답다는 말이 나올 만한 경기가 펼쳐졌다. 청담고와 경남고는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일전을 벌이며 그야말로 명승부를 펼쳤다.
창단 6년 만에 첫 우승을 노리던 청담고등학교가 선취점을 먼저 뽑아내는 등 우승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듯했지만, 경남고등학교가 한 이닝 다섯 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결국 우승기를 차지하게 되었다. 경남고등학교는 청담고등학교를 7대 2의 스코어로 꺾고 우승 고지를 밟았다.
팽팽한 투수전, 먼저 기회 잡은 청담고
이번 대회를 통해 다크호스로 떠오른 청담고등학교는 선발투수로 3학년 류현곤을 냈다. 옆구리 투수 류현곤은 신들린 투구를 선보였다. 류현곤은 1회부터 세 타자 연속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KKK'로 기세를 잡았다. 2회에는 경남고 조세익에게 3루타를 맞으며 위기에 놓였지만, 역시 모든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으며 탈출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 공을 꽂아넣는 류현곤의 무력 시위에 경남고 선수들은 번번이 기회가 막혔다. 3회에는 세 타자만으로 아웃카운트를 모두 올린 류현곤은 4회, 5회에 삼자범퇴를 이어가며 괴력을 과시했다. 류현곤은 이날 6이닝과 3분의 2 이닝을 책임지면서 무려 11개의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복덩이같은 활약을 펼쳤다.
▲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차지한 경남고등학교 나윤호 선수. |
ⓒ 박장식 |
이 때 포수 김범석이 빛을 발했다. 옆으로 튀어나간 공을 김범석 선수가 바로 잡아냈고, 베이스 커버에 나선 신영우에게 빠르게 토스했다. 홈 플레이트를 찍은 상대 박성배 선수는 아웃으로 물러나야 했다. 이렇게 위기에서 탈출한 신영우는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2회에도 주자를 출루시키며 위기에 놓였지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낸 신영우는 3회를 'KKK'로 틀어막으며 다시 힘을 주었다. 신영우는 4회에도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책임졌다.
하지만 신영우는 5회 청담고에 점수를 내주는 아쉬움을 범했다. 청담고 류근찬에게 위험천만한 사구를 때리며 출루를 허용한 청담고는 일사 주자 만루 상황까지 이닝을 끌고 갔다. 이때 최원준의 타구가 터졌다. 이 타구는 2루수가 잡지 못하며 청담고의 점수를 만들어냈다. 두 명의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며 스코어는 2-0이 되었다.
청담고등학교의 기세가 무서웠다. 청담고는 득점 상황 진루 과정에서 공격적인 주루로 1아웃을 뺏기긴 했지만, 경기 내내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시도해 나갔다. 신영우 선수가 가까스로 5회를 막아내며 이닝이 끝났지만, 청담고 선수들은 선취득점을 올린 만큼 기세등등하게 경기의 반환점을 넘었다.
야구는 마지막에 이기는 스포츠다, 경남고가 그랬다
경남고의 작전이 바뀌었다.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상대 류현곤을 내려보내야 했다. 경남고 선수들은 6회와 7회 더욱 길게 공을 보고, 투구 수를 늘려가게끔 했다. 류현곤은 한계 투구 수인 105구를 7회 1아웃을 채운 상태로 내려갔다. 그리고, 경남고는 바뀐 투수를 상대로 정말 역전극을 써냈다.
▲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경남고등학교 임성규 선수가 득점을 거둔 뒤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
ⓒ 박장식 |
오상택이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뒤집는 한 점을 올린 데 이어, 강민우까지 안타를 또 때려내며 두 점의 타점을 올렸다. 스코어는 5-2. 이닝 시작 때만 해도 패색이 드리웠던 경남고 선수들은 길었던 일곱 번째 공격이 끝날 때 모두가 환호하며 승리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경남고의 마운드는 2학년 나윤호가 책임졌다. 나윤호는 6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7회에는 상대 전준서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범석이 도루를 저지하며 세 타자만으로 이닝을 끝내는 데 성공했다. 8회에도 최원준, 이영빈에게 안타를 맞기도 했지만 무실점으로 8회 역시 잠가냈다.
경남고 선수들도 추가 득점에 나섰다. 9회 초 임성규가 2루타를 치며 포문을 열자, 권태인이 적시타를 쳐내며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김정민은 펜스를 때리는 장타로 권태인마저 홈으로 불러냈다. 경남고 동문들, 그리고 학부모들은 '부산 갈매기'며, '아리랑 목동'이며를 부르며 아이들의 선전을 축하했다.
9회 말. 여전히 마운드를 책임 진 나윤호는 두 번의 삼진에 이어 마지막 타자까지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길었던 경기의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경남고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나와 우승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어떤 선수가 자축을 위해 가져온 비눗방울이 선수들의 함성과 함께 목동의 하늘에 흩날렸다.
"단합된 응집력 덕분에 48년 만에 우승했다"
경남고등학교는 황금사자기 일곱 번째 우승을 48년 만에 달성했다. 이와 더불어 주요 전국대회 우승기를 18번째로 거머쥐게 된 학교라는 진기록 역시 써냈다. 선수들이 우승의 기쁨을 한창 누릴 때 만난 경남고 전광열 감독은 "나 역시 전국대회에서는 처음 우승"이라며 함께 기뻐했다.
전 감독은 "그동안 학교 동문 분들께서 갈증이 컸다. 그에 부응하고자 아이들이 열심히 한 덕분이다. 모두 우승을 통해 자부심을 크게 느꼈으리라고 생각했고, 선수들은 그만큼 책임감도 크게 느꼈을 것이라 느낀다"며 겸손해 했다. 우승 비결에 대해서도 "선수들의 단합된 응집력 덕분"이라고 표현했다.
▲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경남고등학교 선수들이 전광열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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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전 감독은 김범석 선수에 대해서도 "단순히 잘했다라고 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너무 잘 해줬다"라며, "선수들끼리 믿음, 주장으로의 리더십도 강하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았던 범석이의 가치를 이번 대회를 통해 알려 다행"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전광열 감독은 "우승을 했지마는, 다음 시합은 다음 시합이고 다음 경기도 다음 경기다.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향후 대회를 각오했다.
이번 대회에서 '안방마님' 노릇을 톡톡히 하며 주목받은 김범석 선수 역시 "선배들 와서 같이 응원해 주시니 힘도 났고, 역전의 바탕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특히 "감독님께서 희생과 팀워크를 이야기 해주셨다. 그 말씀 따라서 팀을 생각해서 한 게임씩 나가자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한 게 잘 된 것 같다"며 우승 비결도 전했다.
특히 중요한 순간 투수의 공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며 더욱 관심을 쏠았던 김범석 선수. "막아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막고자 하니 마음이 통해서 막아내게 되더라. 내야수도 많이 했었던 덕분에 블로킹을 잘 한 것 같다"며 웃었다. 김범석 선수는 "이대로 잘 해서 좋은 순번의 드래프트를 받고 싶다"고 각오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상에 오른 나윤호 선수 역시 "48년 만에 우승이라 실감 안 난다.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웃었다. 나윤호 선수는 "나를 믿고, 자신감있게 투구 했다. 상대에게 그냥 내 공 쳐봐라 하는 식으로 나갔던 것 같다"며 타이트한 상황 좋은 투구를 던진 비결을 소개하기도 했다.
나윤호 선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사람들이 저를 기억하면 좋겠다. 이번 년도 청룡기까지 2연패, 내년 황금사자기 2연패 노려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황금사자기는 경남고등학교의 우승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아직 더 많은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남았다. 7월에는 여름의 대회인 청룡기가, 8월과 9월에는 대통령배와 봉황대기가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안고 시작된다. 경남고는 물론, 다른 학교들 역시 이제 다시 신발끈을 조여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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