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BL시대! 소년들의 사랑, 대체 무슨 매력이야?
물론 그간 동성애를 다룬 매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퀴어 장르라는 면목으로 독립 영화나 예술・실험 영화에 등장하곤 했지만 성소수자 커플이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알콩달콩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퀴어 작품들이 반 이상이었다. 멜로 다운 멜로, 로맨스 다운 로맨스를 담은 BL물은 그저 남성 동성애를 다룬다는 이유로 폐쇄적인 커뮤니티에 머물렀다. 그랬던 BL 소재가 불과 몇 년 사이 완전히 양지에 싹을 틔웠다.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나의 별에게〉, 〈새빛남고 학생회〉, 〈시멘틱 에러〉 등 BL 시대가 시작된 것. OTT 플랫폼에서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작품 속 주연을 맡은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 덕에 해당 그룹이 음원 사이트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인기 웹 소설 〈시멘틱 에러〉, BL 게임으로 사랑받았던 〈새빛남고 학생회〉, 인기 웹툰 〈블루밍〉. 웹툰이 원작인 영상화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보장된 인기와 관심을 얻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이미 탄탄한 스토리와 작품성으로 팬층을 거느린 작품이 영상화가 된다? 캐스팅은 누가 되었는지, 싱크로율은 얼마나 맞는지, 원작 스토리를 얼마나 따라갈 것인지… 런칭 전부터 화제성을 끌고 갈 수 있는 셈. 게다가 그 어느 때보다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취향과 평가를 가감 없이 하는 시대인 만큼, 입소문 아니 손가락 소문은 빠르게 돈다.
특유의 섬세함과 집중력도 손에 꼽았다. “아무래도 성소수자를 다룬 이야기다 보니까 감정선이 이성애 소재보다 훨씬 섬세해요. 기존 이성애물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생략하거나 뻔하게 여기는 과정이 BL물에서는 매우 디테일하게 보여지죠. 잊고 있던 감수성이 살아나는 느낌이랄까요? 애틋해져요.”라고 A씨는 말했다. “BL물 한정 마니아는 아니에요. 그저 로맨스와 멜로를 좋아해요. 영상화된 BL 소재 작품이 주는 특유의 느낌과 클리셰를 좋아해요. 그래서 자주 보는 것뿐이죠. ”라고 C씨 역시 덧붙였다. 한 인터뷰에서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일수록 이성애나 동성애 시각으로 작품에 접근한다기보다 인간 본연의 감정을 다루는 측면으로 작품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소재가 풋풋한 하이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수많은 BL콘텐츠가 이렇다 할 스토리 없이 그저 두 주연 배우의 아름다운 모습만 뮤직비디오처럼 찍어냈다는 등의 아쉬운 평가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퀴어와 BL의 장르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러온 오해들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제는 당당하게 하나의 메이저 장르로 자리 잡은 BL 콘텐츠가 보다 더 다양하게 그 범위를 넓혀가는 모습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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