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제주, 환장의 섬 됐다"..김포공항 유탄에 민주 비상
이재명·송영길발 김포공항 이전 논란이 민주당의 안전지대로 평가되던 제주도에 대형 악재로 날아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3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당이 자체 진행한 여론 분석 결과, 오영훈 민주당 후보와 허향진 국민의힘 후보의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며 “환상의 섬 제주가 환장의 섬이 됐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지난해 4.3 사건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보상근거를 담은 4.3 특별법 개정안 처리의 주역이다. 민주당은 호남 3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와 함께 그를 일찌감치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했다. 지난 23~25일 진행된 공중파 3사 여론조사에서도 오 후보는 42.3%의 지지율로 31.6%에 그친 허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김포공항 이전 논란 발생이후 판이 요동치고 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제주도당 관계자는 “도의원 선거마저 곳곳에서 박빙으로 전환돼 오 후보가 당선돼도 도지사가 의회 내에서 고립될수도 있는 위기”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의 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제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김한규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운명도 풍전등화(風前燈火)다. 제주일보 등 4개 언론사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진행한 조사에선 김 후보는 34.6%, 부상일 국민의힘 후보는 35.6%를 기록해 초박빙 상황이었다. 이 조사에서 김우남 무소속 후보(67·전 국회의원)는 6.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제주시당 관계자는 “안그래도 민주당 출신 김우남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서 김 후보가 안심할 수 없는 처지였는데 이젠 비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자중지란의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8일에 이어 이날도 제주를 찾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제주특별자치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완박(제주 경제 완전 박살)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좋아하는 초밥 가게가 멀어지면 적게 먹는 건 당연하다”라며 “그런데 공항이 멀어지는데도 제주관광 수요가 유지된다는 것은 수요공급의 기본 원리도 모르는 무식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후보 자율”“이재명 공약 아냐” 수습급급
전날 오영훈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중앙 수도권의 논리를 제주도에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성토했지만, 자중지란은 이날도 수습되지 않았다.
윤호중 공동 비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공천과 선거 공약 부분들까지도, 시도당과 우리 후보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며 “왜 A 후보 다르고 B 후보 다르냐, 이렇게 시비를 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매우 반자치적인, 반지방자치적인 그런 태도”라고 반박했다.
김민석 공동총괄선거대책본부장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포공항 이전이)갑자기 즉시 시행 공약인 것처럼 국민의힘에서 막 치고 나온 것”이라며 “너무 그렇게 과민할 필요는 없다. 이재명 후보가 그 27일 정책협약 이후에 저한테 말하기를, (공약이 아닌) ‘장기 연구과제’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가속 페달을 계속 밟았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7월과 11월 김포공항 이전을 “검토해볼 만하다”“발전시켜볼 만하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의회 발언을 언급한 뒤 “오 후보님은 알면서도 국민을 속이고 선동하는 대국민사기로 보인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권 의원은 “서울·인천 표를 노리고 이런 무책임한 공약을 내놓았는지 모르지만, 실현될 수 없는 신기루에 가까운 공약에 타격이 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제주도당 관계자는 “이심송심(李心宋心)도 문제지만 지도부도 문제”라며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제주 선거에 얼마나 큰 유탄을 튀겼는지 빤히 알면서 자율성 타령이냐”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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