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컷]왠지 한가해 보이는 '대장내시경' 지침 전격 해부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2. 5. 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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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개정.. 용종 절제후 추적 검사 간격 늘려
그래픽=헬스조선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돼 제거했다는 결과를 들으면 걱정부터 됩니다. 용종은 대장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융기물이기에 그 자체로도 두렵지만, 재발이 잦아 일단 발견되면 매년 대장내시경 검진을 해야 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대장내시경 전 대장 정결을 위해 복용하는 약, 식단 조절 등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용종이 발견됐더라도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장내시경을 자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2022년 대장내시경 최신 지침은 용종 절제 후 추적 대장내시경 간격이 늘어났습니다.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개정,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공식 발표를 앞둔 '대장 용종 절제 후 추적 대장내시경 검사 최신 지침'을 살펴봤습니다.

◇달라진 대장암 고위험군, 늘어난 추적관찰 기간

우리나라 추적 대장내시경 지침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대장암 고위험군'과 '추적 내시경 검사 주기'입니다. 고위험군은 구체화했고, 추적 내시경 간격은 길어졌습니다.

2012년에 마련된 기존 대장암 고위험군은 ▲선종 3개 이상 제거 ▲선종의 크기가 1cm 이상인 경우 ▲기타 고(高) 위험성 용종이 있는 경우로, 3년 내 추적 대장내시경이 권고됐습니다. 4개 이상 발견되면 좀 더 대장암 발병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1년 후 검진을, 1cm 이하 선종 1~2개를 제거한 경우는 낮은 위험군으로 분류해 5년 후 추적 검사를 권고했습니다.

2022년 최신 지침에선 고위험군을 총 8개로 구체화했습니다. 고위험군을 판단하는 선종 크기만 1cm로 동일하고, 기타 고 위험성 용종이 세분화되고, 기존 지침에서 고위험군 판단 요소가 아니었던 톱니 병변 항목이 추가됐습니다. 톱니상병변은 대장 내 점막 조직이 점액을 분비하며 옆으로 퍼지는 것으로, 병변이 톱니모양과 비슷합니다. 병변으로 분류될 만큼, 일반 용종과 달리 융기가 두드러지지 않아 일반 조직과 구별이 어렵습니다. 최신 연구를 통해 중간암(지난 검진에서 문제가 없었는데 다음 정기 검사일 전에 발생한 암)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주목받은 병변입니다.

이에 따라 최신 지침에서 대장암 고위험군은 ▲선종의 크기가 1cm 이상인 경우 ▲선종 5개 이상 ▲대롱융모 또는 융모샘종 ▲고도이형성을 동반한 샘종 ▲전통 톱니샘종 ▲조직학적 이형성을 동반한 목 없는 톱니 병변 ▲10mm 이상의 톱니모양 폴립 ▲5개 이상의 목 없는 톱니 병변입니다. 새 지침에서 고위험군은 3년 내 추적검사가 권고됩니다.

고위험군 재분류에 따라, 선종 또는 톱니 병변 3~4개가 있는 경우엔 3~5년 이내에만 추적 내시경을 받으면 됩니다. 5년 간격 검진이 권고됐던 1cm 이하 선종 1~2개는 제거자는 용종이 발견되지 않은 일반인과 동일하게 분류해, 추적 검사 권고 기간이 5~10년 이내로 연장됐습니다.

다만, 엄격한 추적 내시경이 권고되는 상태도 있습니다. 용종 개수가 10개 초과인 경우엔 1년 이내에, 2cm 크기의 대장 폴립이 분할 절제된 경우는 6개월 후 추적 대장내시경 검사가 권고됩니다.

◇느슨해진 검진?… "대장암 발견엔 영향 없어"

최신 지침은 추적 대장내시경 검진 주기가 길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대장암은 한국인에게 4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자, 암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합니다. 최근 10년간(2009~2019년) 사망률이 22.1%나 증가하며 '한국인의 암'이라 불리는 위암보다 사망률이 높아졌는데, 검진 간격은 오히려 길어졌습니다. 지침이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신 지침이 제시하는 수준으로 추적 검사 간격을 연장해도, 대장암을 발견·치료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전합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곽민섭 교수는 "대장 용종 중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신생물성 용종을 '선종'이라고 하는데, 선종의 75%는 5~10년이 지나야 대장암으로 진행하기에 추적 내시경 간격을 늘려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2012년도 검사 기준이 대장암 전구 병변(대장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병변)을 제거하는 걸 목표로 해 매우 엄격했던 것"이라며 "새로운 지침은 실질적인 대장암 예방을 목표로 해 추적 검사 기준이 느슨해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고 말했습니다.

곽 교수는 "용종과 대장암의 관계,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추적 내시경 간격을 연장해도 대장암 발견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최신 지침의 핵심은 '너무 자주 대장내시경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엄격한 기존 지침으로 인한 문제를 ​새 지침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봤습니다. 실제 대한장연구학회 등 대장 전문가들은 기존의 엄격한 추적 검사 기준 때문에 잦은 검사로 인한 합병증 발생, 대장내시경 회피 등이 발생해 사회와 개인의 경제적 부담이 컸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최신 지침은 이 같은 현장 의견이 반영됐습니다.

◇장 정결·질 높은 검진 기관 중요성 높아져

추적 검진 주기가 길어진 만큼, 대장내시경 전 대장 정결과 검진의 질은 중요해졌습니다. 최신 지침 적용의 전제 조건은 적절한 샘종발견율(남성 30% 이상, 여성 20% 이상)을 보유한 대장내시경 검사자가 양호한 대장 정결이 된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대장암 고위험 요소로 새롭게 추가된 톱니상병변은 일반 조직과 매우 비슷하게 생겨, 장 정결이 되지 않거나 검사자의 숙련도가 부족하면 발견이 어렵습니다. 위험요소에 따라 검사주기가 크게 달라지기에 자칫하면 대장암 조기 발견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곽민섭 교수는 "최신 지침은 개인과 사회의 부담을 줄이면서 대장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진 주기가 연장된 것이다"라며 "정확한 검진을 위해 진료받는 사람은 내시경 전 대장 정결에 더욱 신경 쓰고, 대장내시경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의료진을 찾아 검진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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