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당선돼도 무효형"..하루종일 재산누락 파고든 김동연
“남이 써준 것만 읽고 재산 축소하고 전관예우 받고 대기업 입사 청탁 비리 저지른 사람과 저같이 청렴하고 깨끗한 사람이 어떻게 박빙일 수 있습니까. 여러분 억울하지 않습니까.”
6ㆍ1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오전 경기 안산 상록수역 인근의 유세장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의 목소리는 한껏 커졌다. 맞상대인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말만 앞세운 말꾼”이라고 비판하면서다. 여야 모두 사활을 거는 최대 격전지 경기도의 야당 후보는 평소의 점잖은 이미지까지 벗어던졌다. 그는 이날 하루만 도내 11개 시를 돌았다. 전체 31개 시ㆍ군을 순회하겠다며 이틀전부터 시작한 ‘파란 31’ 대장정이다. 이동 거리만 1000㎞에 달하는 강행군이다.
재산 누락 집중 공세…“김은혜 당선돼도 당선 무효형”
이날 김동연 후보의 유세는 김은혜 후보의 재산 누락을 공략하는 데 집중됐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은혜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 중 재산 상황의 자산액은 사실과 다르게 과소(축소) 기재됐다”는 공고를 냈다. 이 사안은 김은혜 후보 측도 “실무자의 일부 착오가 있었다”며 인정했다. 축소된 액수는 총 16억1700만원으로, 선거 당일 경기도 모든 시ㆍ군 투표소엔 관련 공고문이 5매씩 게시될 예정이다.
김동연 후보는 이날 가는 유세장마다 이 사실을 언급하며 “일반 서민이면 평생을 벌어도 만지기 어려운 큰돈을 축소 신고해 공직자 선거법의 중대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의 유세 연단엔 확대 인쇄된 김은혜 후보 재산 축소 관련 공고문이 부착됐고, 유세차 화면엔 관련 뉴스도 반복 재생됐다. 김 후보는 “김은혜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당선 무효형까지도 갈 수 있는 내용”이라고도 주장했다.
재산 누락 공세를 필두로 김은혜 후보에 대한 비판은 전방위적으로 종일 이어졌다. “잠시 선거 때는 서민 코스프레 하지만 사실은 특권 의식에 가득 차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허접하고 거짓말하는 위선자”(안성 유세), “KT에 전관예우로 낙하산 인사를 지낸 것도 부족해 신입사원 입사 청탁 비리를 저지르고 거짓말까지 한 사람”(오산 유세), “경기 맘(엄마)이라고 하더니 사실은 미국 맘”(화성 유세) 같은 말들이 계속 나왔다. 그럴 때마다 지지자들은 “김동연”을 연호했다.
“민주당 잘못했다” 반성도…“부동층 영끌 전략”
그는 이날 경기도를 도는 시간을 쪼개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김은혜 후보의 재산 누락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였는데, “제가 속한 민주당도 국민 여러분 실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저부터 통렬한 반성과 성찰을 하겠다”며 고개도 숙였다.
전임 경기지사이자 당 최대주주인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과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는 “김포공항 문제가 아무 조율 없이 나온 건 문제가 있다”며 “자신의 공약이 다른 지역과도 관련되는 공약이라면,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다소 미흡했다”고 말했다.
여당 후보 비판과 자기 반성을 동시에 쏟아낸 것과 관련해선 “선거 막바지에 할 수 있는 전략을 모두 쓰는 것 같다”(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네거티브 공세로 진보 지지층을 끌어온다면, 반성과 소신 목소리를 내는 건 부동층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측 불가 초박빙…“국운 있다면 제가 이길 것”
현재 경기도는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승패 예측이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여론조사 공표금지일(25일) 이전에 나온 대다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김동연ㆍ김은혜 후보는 오차범위 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다. 지난 대선의 연장전 성격이 짙은 만큼, 여야 지지층이 각각 결집했다.
캠프 관계자는 “깜깜이 기간 중 나온 김은혜 후보의 재산 누락 사실과 김동연 후보의 중도 이미지가 박빙을 깨는 승리의 열쇠가 될 것”이란 기대를 내비쳤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여의도에서 “공직 후보자의 허위재산신고는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중죄”(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본인 재산도 제대로 계산할 줄 모르면서 경기도 예산 33조원을 어떻게 관리하나”(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라고 지원 사격했다.
김동연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 당일 모든 투표소에 공고문이 부착되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표심을 아직 정하지 못한 중도층에게 꽤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동연 후보는 중도 확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도 다른 라디오에서 “예측 불허라고 하지만 국운과 정의가 있다면 제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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