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눈앞 물가와의 전쟁 어떻게

2022. 5. 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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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물가 급등..스태그플레이션 가시화
정부, 물가 안정 무게 두고 규제 혁파로 저성장 풀어나가야

글로벌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1%포인트 낮춰 3.1%로 수정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물류 대란이 일어나면서 전 세계적인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중국의 상하이 봉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면서 석유·가스를 포함한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폭등했다.

우리나라도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자가 주거비, 전·월세 가격 상승분 등을 반영할 경우 실제 물가 상승률은 유로존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공급 측면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이나 고용은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즉 불황 속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위기’에 직면한 윤석열정부 앞길도 순탄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의 정책 실패로 폭등한 부동산 가격과 1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급격히 악화되는 재정건전성,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청년 일자리, 전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 훼손된 기업 경영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상승과 금융·외환 시장 불안으로 인한 충격은 영세 자영업자와 한계 기업 그리고 취약 계층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도 ‘물가 안정’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물가 상승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임금 인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다시 물가를 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은 지속성 강한 거시경제 변수인 만큼 초기에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잡지 못할 경우 경기 침체 국면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현재로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고,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 회수를 본격화하기 때문에 하반기 미국과 금리 역전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새 정부가 자영업자 지원 등을 위해 59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라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단기적인 경기 진작보다는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 간 긴밀한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 스태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조급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 안전망을 구축하고, 대외 불안 요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의 동맹 강화로 중층적인 보호막을 설치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연계되지 않도록 공급 중심의 경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제 혁파, 제도 개혁으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1호 (2022.06.01~2022.06.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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