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열차들이 정차하는 순천역, 그 뒤에 숨겨진 마을

김이삭 2022. 5. 3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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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철도 직원 관사 아직 보존된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김이삭 기자]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 김이삭
무궁화호부터 KTX까지 모든 열차들이 정차하고 서울로 가는 전라선과 부산으로 가는 경전선이 만나는, 호남에서 손꼽히는 교통의 요지 순천. 그곳의 관문인 순천역 뒤편에는 정말 특이하고 보기 드문 마을이 있다. 바로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철도 직원들이 살았던 관사가 보존되어 있는 조곡동의 '철도문화마을'이다.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의 농산물을 수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반도 곳곳에 철도를 부설했던 일제는 순천뿐만 아니라 서울과 부산, 대전, 영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크고 작은 철도관사를 설치했다. 특히 지방의 철도국이 있는 곳처럼 위상이 큰 지역에는 큰 규모로 관사촌을 지었는데, 지난 27일 필자가 방문했던 순천의 조곡동도 바로 그 중 한 곳이었다.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 김이삭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 김이삭
일본인을 위해 지어졌던 철도 관사의 역설

'경치가 아름다운 골짜기'라는 뜻의 '자경골'이라 불렸던 순천의 조곡동에는 철도 직원들이 거주했던 관사가 무려 77동이나 지어졌다. 모두 직급별로 구분된 등급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를테면 4·5등 관사는 단독 주택 형식이었던 반면에 6·7·8등 관사는 1동에 2개의 관사가 붙어있는, '한 지붕 두 가족'과 같은 연립 주택 형식이었다.

더구나 관사를 철거하거나 수리하는 과정에서 슬레이트와 창호, 창틀, 붙박이장, 다다미와 같은 자재물들이 발견되었다 한다. 이곳의 관사들이 일본의 건축 양식을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일제가 우리나라를 영원히 지배할 거라는 착각 속에서 만들어졌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일제가 공들여 지었던(?) 관사들은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모두 쫓기듯이 떠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불하되었다. 지금은 철도와는 무관한 민간인들도 과거 관사가 있었던 터에 새로 집을 짓거나 개조된 관사에서 살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 김이삭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 김이삭
철도인들의 삶이 드러나 있는 지붕없는 철도박물관

과거부터 철도가 발달했던 순천에는 단순하게 철도 직원들이 머무르는 관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울, 대전, 부산처럼 철도의 위상이 컸던 순천답게 직원들을 위한 많은 복지시설도 관사와 함께 지어졌다. 철도병원, 운동장, 수영장 및 목욕탕, 구락부, 철도 회관, 배급소 등이 그러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시설들이 없어졌지만, 이 시설들이 철도 직원들을 위한 관사와 함께 지어졌음을 생각해보면 조곡동이 순천읍성을 비롯한 기존의 시가지와는 차원이 다른 '철도 신도시'나 다름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순천 철도청장의 관사 터에는 주민들의 생활 유품이 전시된 게스트하우스를 겸한 철도마을박물관이, 철도운동장 자리에는 생활체육공원이, 7등 관사를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옆에는 실제로 기차여행 체험을 할 수 있는 철도문화체험관이 각각 자리 잡고 있다. 관사마을은 물론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둘러보며 체험할 수 있다.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 김이삭
 
 순천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 김이삭
기적소리와 함께 내려다보는 마을의 전경

조곡동 철도문화마을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마치 기차를 타는 것 같은 느낌으로 마을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명소가 있는데 '기적소리 전망대'가 바로 그곳이다. 행정복지센터 근처에 있는 하늘계단을 타고 올라가거나, 죽도봉 공원으로 가는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만나볼 수 있다.

기찻길부터 건널목, 열차 기관실까지 재현한 이 전망대에서는 만화 속에서나 볼 법한, 하늘 위를 날아가는 기차를 타는 것처럼 마을을 내려다보며 관사의 배치나 주택의 개량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인근 순천역에 착발하는 기차들도 작게나마 볼 수 있다. 참고로 전망대 1층에는 주차장이 있으니 자가용을 몰고 온 경우 꼭 참고하길 바란다.

[철도문화마을로 가는 길]

과거 철도관사가 자리했던 조곡동은 그에 걸맞게 철도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다. 먼저 기차를 타고 온 경우라면 순천역에서 내려서 관광안내소와 파출소를 지나면 보이는 편의점 앞에서 우회전한 다음, 육교를 건너면 된다.

또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타고 온 경우, 아랫장 방면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순천터미널에서 순천역으로 가는 버스들이 매우 많지만, 그 중 77번처럼 순천역 서측 정류장을 경유하는 버스를 타면 더 좋다. 버스에서 내린 후에는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과 똑같은 경로로 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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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isak4703/42)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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