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입니다, '김포공항 이전' 이렇게 봅니다

임병도 2022. 5. 3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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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교통 인프라 개선 등 관계부처 협의사항 많아.. '관광 말살'이 전부는 아니다

[임병도 기자]

 김포공항 모습
ⓒ 임병도
 
6.1 전국동시지방선거 막판에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선거 이슈로 떠올랐다. 민주당 입장의 핵심은 김포공항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통폐합하고, 공항부지 260만 평과 주변 1000만 평을 활용해 신도시를 만든다는 것. 국민의힘은 '제주 관광을 말살하는 공약'이라며 지도부까지 모두 나서 민주당을 공격했다. 민주당은 '갈라치기' '악의적 갈등 조장'이라면서 국민의힘 대응에 반박했다.

'김포공항 이전'을 놓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제주도민으로서 어떻게 보는지 정리해봤다.

김포공항 이전하면 '관광객'이 줄어든다?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면 관광객이 줄어든다는 주장이 있다. 지난 29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제주국제공항 도착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공항은 우리나라의 국내선 공항으로 수요가 넘치는 곳이고, 3700만 명 가운데 51%에 해당하는 여객은 제주도로 오는 여행객"이라면서 "김포공항 폐쇄는 제주 입도 관광객의 상당수가 사라질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상임 총괄선거대책위원장)는 30일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 분 거리(33.5km)"라며 "김포공항 고도제한 때문에 생기는 개발제한 피해가 300만 명이다. 꼭 해야 할 일이다. 새로운 새로운 항공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으로 통합이전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데이터만 보면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 제주도 자체의 관광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거리두기 해제 전인 지난해(2021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1201만 명이었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20년 1023만 명보다 되레 17.3%가 증가했다. 이는 국외여행 제한 조치로 인한 결과값일 수도 있으나, 제주에 대한 관광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김포공항보다 인천공항이 더 멀어서 이용 불편이 발생, 제주에 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 그러나 김포공항이 이전된다면 지금보다 공항철도가 증편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항철도 급행화 계획'(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이 실현되면 서울역-인천공항간 이동시간이 단축된다. 

운항편수 줄이면서 중대형항공기 이용시 기대 효과
자주 육지 오가는 제주도민 불편 초래 

 
 지난 4월 한 달간 김포-제주 항공기 운항편수와 승객수
ⓒ 힌국공항공사 화면 캡처
 
가장 큰 문제는 인천공항이 김포-제주 노선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 4월 김포-제주 운항편수는 7912편이었다. 1일 평균 260회가 넘는다.

인천공항에서 제주로 간다면, 운항 편수를 줄이는 대신 중대형항공기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월 140만 명이 넘는 승객을 감당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제주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동시에 운항 편수가 줄어들어 탄소배출량도 감소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제주는 쓰레기 배출과 환경 파괴 등의 이유로 관광객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진정 제주도의 환경과 주민을 생각한다면 제주 관광객 감소 걱정은 '침소봉대'라고 할 수 있다. 
 
 공항열차 시각표
ⓒ 임병도
 
김포공항의 기능을 인천으로 이전하면 제일 타격을 받는 사람은 필자처럼 육지를 자주 오가는 도민이다. 가장 큰 우려는 인천공항이 김포공항보다 서울 도심지까지 가는 거리가 멀어 30~40분 정도 더 소요된다는 점이다. 업무상 혹은 진료 등의 이유로 서울 및 수도권을 찾는 도민 입장에서는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또 하나는 인천공항발 제주행 항공요금이 기존 김포공항보다 더 비쌀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덧붙여 현재 성인 9500원인 직통열차 요금이 일반 지하철 요금보다 비싸 교통비가 더 많이 든다는 점이다.

논쟁의 본질, '관광'에만 있는 게 아니다

'김포공항 이전'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선거 국면에서 '제주 관광'이 문제로 드러나는 모양새지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인천시, 공항공사 등 다양한 기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또한 교통 인프라의 개선 역시 전제돼야 한다. 논쟁을 펼치려면 이 영역부터 정리하는 게 타당하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해 입도객수 제한, 환경보전 기여금 등 관광 정책과 중대형 항공기 운항, 항공·물류 시스템 정비 등 다양한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이 국내선 항공기로 붐비고 있다. 2022.5.24.
ⓒ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현재 반대하고 있는 '김포공항 이전'은 이번 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후보도 내놓은 공약이다. 이기재 국민의힘 양천구청장 후보는 '공항소음피해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확대'를 5대 공약으로 내걸면서 이행 방법으로 '김포공항 이전 지속 추진'을 제시했다. 

'김포공항 이전'은 정치권에서 처음 언급된 이야기도 아니다. 최근 사례만 봐도 2021년 8월 인천시의회 제273회 임시회에서 박정숙 국민의힘 시의원(비례대표)은 30km 이내에 두 공항이 있는 상황의 비효율성과 김포공항 노선 증가에 따른 공항 주변 소음 피해 민원 증가 등 사회적 비용부담을 지적하면서 "김포공항을 폐쇄하고 인천공항과 통합해 운영한다면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제기하는 '김포공항 이전' 필요성은 지역주민 소음 피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앞서 언급한 정부기관-지자체간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공항 인근 주민들의 삶의 질과도 연결돼 있는 문제다. 보다 입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김포공항 이전으로 제주 관광객이 줄어든다는 구호가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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