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習下李上'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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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고는 환관에서 진나라(秦) 승상까지 오른 인물이다.
조고는 유언장에 적힌 이름 부소를 호해로 바꾼다.
조고는 이 일로 승상의 자리에 오른다.
2인자 조고는 직접 1인자 자리에 오르려 하다가 목이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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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조고는 환관에서 진나라(秦) 승상까지 오른 인물이다. 고사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시황제는 죽기 전 맏아들 부소에게 황위를 넘겨준다는 유언을 남겼다. 조고는 유언장에 적힌 이름 부소를 호해로 바꾼다. 조고는 이 일로 승상의 자리에 오른다. 2인자 조고는 직접 1인자 자리에 오르려 하다가 목이 잘렸다. 황제의 정통성이 부족할 경우 조고와 같은 간신이 득세하고 결국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는 사례는 중국사에 제법 많이 등장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18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14일자(토) 2면을 통틀어 리커창 총리의 '제5차 염정공작회의' 연설문을 실었다면서 리 총리의 존재감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염정공작회의는 반부패 관련 회의로 지난달 25일 열렸다. 이 신문은 유명무실하던 리 총리의 권한이 최근 한 달 새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인민일보 보도가 의미를 둘 만큼 특별할까. 인민일보는 지난해 5월10일자(월) 2면에 '제4차 염정공작회의' 연설문을 실었다. 분량은 올해와 대동소이하다. 제목 또한 같다. '4(四)'와 '5(五)'만 다를 뿐이다. 올해는 시진핑 동지의 영도하에 정부는 당 중앙의 결정을 철저히 견지, 당의 요구를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관철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올가을 예정된 20차 당대회를 염두에 둔 일종의 시 주석 치켜세우기 발언이다. 경제 관련 내용은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감안, 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책, 고용 안정, 식량 및 에너지 안보 등 기존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리 총리가 강조했던 것과 같다. 닛케이가 2인자 리 총리를 이용, 1인자 시 주석을 흠집 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미국 언론도 가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 중국 지도부가 '제로(0) 코로나' 정책을 두고 분열하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근거는 지난 18∼1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창립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시 주석의 화상 연설. 시 주석이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만 강조하고 경제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반면 리 총리는 좌담회에서 코로나19 통제로 인해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WSJ는 그러면서 중국 지도부가 방역 정책에 대해 입장이 갈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WSJ는 시 주석의 집권 1기가 끝나갈 무렵인 지난 2016년에도 시 주석과 리 총리의 경제정책이 엇갈리면서 당 내부에 균열이 생겼다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닛케이 역시 2016년 위정성 정협 주석의 연설에 등장한 단어를 근거로 중국 지도부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봉쇄로 상하이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할 당시 상하이 일각에서 '습하리상(習下李上)'라는 말이 돌았다. 시 주석이 낙마하고 리 총리가 1인자에 오를 것이라는 의미다. 조선 중종 때 '주초위왕(走肖爲王)'을 연상케 하는 말이다.
습하리상이 실제 일어날 수 있을까.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 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군 통수권)을 맡고 있다. 당권과 정권, 군권 모두 시 주석이 쥐고 있다. WSJ나 닛케이가 중국의 정치 구조를 모를 리 없다. 쿠데타가 아닌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팩트보다는 중국 지도부가 분열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인다. 적어도 절차상으로만 보면 시 주석에게 정통성이 있다. 올 가을 황제에 등극하는 시 주석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단 1도 없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국을 관찰해야 중국과 경쟁할 수 있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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