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IMF식 미팅' 이창용發 한은의 소통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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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일런스 미팅(surveillance meeting)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부터 국제통화기금(IMF)식 내부 회의를 열기로 하자 과거 IMF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은 출신 금융맨에게 전화가 폭주했다.
서베일런스 미팅은 이 총재의 직전 직장인 IMF에서 매주 주요 경제 현안을 주제로 구성원들이 격의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는 형식의 회의인데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은맨들의 문의가 빗발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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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서베일런스 미팅(surveillance meeting)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부터 국제통화기금(IMF)식 내부 회의를 열기로 하자 과거 IMF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은 출신 금융맨에게 전화가 폭주했다. 서베일런스 미팅은 이 총재의 직전 직장인 IMF에서 매주 주요 경제 현안을 주제로 구성원들이 격의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토론하는 형식의 회의인데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은맨들의 문의가 빗발친 것이다.
IMF에서 서베일런스 미팅에 참석한 경험이 있던 금융맨은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견해와 아이디어를 밝히고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라 준비가 쉽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존재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면서 "축적된 지식을 서로 나누고 치열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어 배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달부터 이 총재가 제안한 IMF식 서베일런스 미팅의 한은판 ‘주간 현안 포럼’을 마친 한은맨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개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데, 의외로 적극적인 토론이 진행돼 고무적"이라고 했다.
소통을 중시하는 이 총재식 변화는 취임 후 첫 등판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단행됐던 지난 26일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금융시장의 궁금증에 적극 화답했다.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 명시된 문장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에서 ‘당분간’의 구체적인 시기를 묻는 기자 질의에 이 총재는 ‘수개월’이라는 상세한 답변을 내놨다.
기자간담회 말미에는 "현재 상황을 보면 성장보다는 물가의 부정적 파급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핵심 메시지를 전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이 잇따를 것으로 확실히 예고했다. 이전 이주열 총재 시절 "완화적 통화정책을 적절한 시점부터 정상화해 나가겠다"는 식의 모호한 화법 대신 직설 화법을 택한 것이다.
전날 이 총재 취임 후 처음 개최된 ‘금융협의회’에서도 소통 행보는 이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 1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이 총재는 전국은행연합회장·10개 은행장들에게 이례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고 주요 이슈 등을 직접 브리핑해 눈길을 끌었다. 통화정책 결정 배경을 은행권에 설명하고 금융·경제 현안을 들어보고 싶다는 이 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물론 시행착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회동에서 이 총재는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계획되지 않은 발언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한은 총재의 발언은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만큼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이 총재가 직접 말했듯 달라진 한은 총재의 화법에 시장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지만 명확하고 구체적인 전달방식은 왜곡된 해석을 없애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로 금리 인상을 둘러싼 주요국의 통화전쟁이 치열한 시점에서 소통을 바탕으로 한 한은 총재의 새로운 시도들이 효과적인 폴리시믹스(정책조합)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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