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활약' 한화 김인환, 늦깎이 스타 탄생?
[양형석 기자]
한화 이글스는 2009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13년 동안 무려 7번이나 최하위를 기록했던 KBO리그의 대표적인 약체 팀이다. 같은 기간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은 2018년 딱 한 번 밖에 없었고 올 시즌에도 30일 현재 19승 31패로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러 있다. 아직 시즌이 94경기나 남아 있기 때문에 성적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한화의 현재 전력을 고려하면 올 시즌에도 큰 반전이 없는 한 가을야구 진출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한화는 최근 7경기에서 6승 1패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론 그 1패가 지난 26일 두산 베어스에게 당한 21점 차(3-24)의 대패라는 사실은 가슴 아프지만 한화는 대패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특히 7경기에서 두 번의 한 점차 승리가 있었을 정도로 승부처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시즌 초반은 물론이고 최근 2~3년간 한화에게서는 보기 힘든 저력이었다.
한화의 상승세를 이끈 원동력은 단연 되살아난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다. 한화는 최근 7경기에서 선발투수의 퀄리티스타트가 한 번(24일 두산전 김민우) 밖에 없었지만 같은 기간 54득점을 올리는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많은 승리를 적립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깜짝 활약을 통해 한화 타선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육성선수 출신의 내야수 김인환이 그 주인공이다.
▲ 한화 이글스 내야수 김인환. |
ⓒ 한화 이글스 |
최근에는 좌타자가 많아지면서 1루수의 수비능력도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1루수는 중심타선에서 많은 장타를 통해 타점을 생산하는 공격력이 더욱 중요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한화는 과거 빙그레 이글스 시절부터 1루수 자리에 큰 고민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이글스 구단 역사는 물론이고 KBO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레전드급 강타자들이 이글스의 1루수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야구팬들이 기억하는 1990년대 이글스 최고의 1루수는 역시 각기 다른 3개의 포지션(유격수, 지명타자, 1루수)에서 황금장갑을 차지했던 장종훈(세광고 인스트럭터)이다. 유격수로 시작해 지명타자를 거쳐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1루수로 활약한 장종훈은 1992년 KBO리그에 40홈런 시대를 열었고 1995년에도 타율 .326 22홈런 78타점으로 건재를 과시하며 1루수로서 두 번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장종훈이 유격수와 지명타자, 1루수를 오가며 몸 상태에 따라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글스의 창단멤버이자 10년 동안 전문 1루수로 활약한 강정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정길은 커리어 내내 3할 타율커녕 100안타를 넘긴 시즌조차 한 번도 없었지만 1989년부터 은퇴 시즌인 1995년까지 7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하며 이글스의 핵심 1루수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이글스를 상징하던 강타자 장종훈은 2000년 28홈런을 끝으로 서서히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한화는 1루수 포지션에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 2001년 단 88경기에 출전해 20홈런을 터트리며 그해 신인왕을 차지한 '별명왕' 김태균(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일본에서 활약했던 두 시즌을 제외하면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19년 동안 2015경기에 출전해 타율 .320 311홈런 1358타점 1024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김태균이 내리막길을 걷던 2020년부터 1루수는 더 이상 한화의 자랑이 되지 못했다. 한화는 2020년과 작년 외국인 선수 브랜든 반즈와 라이온 힐리, 에르난 페레즈, 베테랑 송광민, 이적생 이성곤 등에게 1루 자리를 맡겼지만 누구도 한화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렇게 1루 고민에 빠져 있던 한화에 지난 5월 혜성처럼 나타나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는 선수가 바로 김인환이다.
단 24경기 만에 팀 내 홈런 2위 등극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화순초·중·고에 영남대를 졸업한 김인환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2016년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했다. 프로 첫 해만 해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233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김인환은 2017년 한화 퓨처스 팀의 주전 1루수로 활약하며 타율 .315 9홈런 39타점으로 퓨처스 선수상을 받았다. 매년 방출을 걱정해야 하는 육성선수에게는 꽤나 값진 상이었다.
김인환은 2018년 7월 드디어 정식선수로 등록되며 1군 무대에 데뷔했지만 6번의 타격 기회에서 단 한 번의 출루조차 하지 못했다. 2019년에는 1군에서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214 2타점 1득점을 기록했지만 시즌 종료 후 상무 최종명단에서 탈락해 현역으로 병역의무를 수행했다. 작년 7월 전역한 김인환은 다시 육성선수가 됐고 잔여 시즌을 모두 2군에서 보내면서 프로에서의 6번째 시즌을 마쳤다(군복무 기간 포함).
김인환은 올해도 한화의 주요 전력에 포함되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김인환은 퓨처스리그 17경기에서 타율 .302 2홈런 21타점을 기록하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무력시위를 했고 지난 2일 다시 정식선수로 등록되면서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1군에서 약 한 달의 시간을 보낸 김인환은 현재 한화 타선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김인환은 지난 4일 SSG랜더스와의 경기에서 이태양을 상대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렸고 6일부터 8일까지 이어진 KIA타이거즈와의 3연전에서는 5안타를 때려냈다.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하며 한화 타선의 새로운 무기가 된 김인환은 최근 9경기 중 8경기에서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다. 올 시즌 24경기에 출전한 김인환은 시즌을 절반만 소화하고도 타율 .304 5홈런 14타점 11득점으로 팀 내 홈런 2위(5개)에 올라 있다.
현재 한화에는 안정된 수비와 함께 타석에서 자기 스윙을 할 수 있는 씩씩한 거포형 1루수가 필요하다. 김인환은 아직 1루수로 11경기 밖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1개의 실책과 .986의 준수한 수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304의 타율과 .544의 장타율, 5개의 홈런이 증명한 타격 재능 역시 충분하다. 과연 올해 20대의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는 늦깎이 스타 김인환은 올 시즌 한화의 주전 1루수로 자리 잡으며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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