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느려지면, 남세균이 지배종 된다..원상복구 쉽지 않아"
댐 건설로 강이 호수로 바뀌고 유속이 줄면 식물플랑크톤 군집은 규조류 위주에서 남세균 위주로 바뀌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또, 남세균 등 특정 조류의 성장을 억제하려면 유속을 변화시키는 등 하천 흐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제시했다.
중국 난징의 허하이(河海)대학과 창장(長江)과학원 연구팀은 "강물의 유속이 느려지면 미생물 군집의 먹이그물(food web) 구조도 달라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 저널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최근 발표했다.
中 연구팀, 양쯔강 물로 마이크로코즘 실험
마이크로코즘 실험은 강과 호수 등 현장에서 직접 실험을 진행하는 대신 실험실 내에 플라스크나 수조 등을 설치해 강물을 옮겨 담은 후 빛과 온도, 영양분 조건 등을 변화시키는 실험이다. 환경 조건을 달리했을 때 강·호수에 서식하는 플랑크톤 군집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관찰하는 데 많이 사용한다.
중국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특히, 수중 펌프 2개로 수조에 담긴 물을 교란해서 강물 유속이 빠르고 느려지는 것을 재현했고, 그 영향을 관찰했다.
실험 초기 수조에 든 물속에는 세균의 생물량(biomass)은 0.43ppm, 식물성 플랑크톤은 0.34ppm이었다. 동물성 플랑크톤 생물량은 0.39ppm으로 측정됐다.
실험에서 유속을 점차 줄인 결과, 세균의 생물량이 처음에는 증가하다가 나중에는 31.7%까지 감소했다. 반면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경우는 유속이 느려지면서 점차 늘어나 나중에는 3배 이상인 1.17ppm으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유속 감소는 세균 이동과 세균이 이용하는 영양물질의 확산을 제한하기 때문에 세균의 성장을 억제한다"며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에는 유속 감소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식물성 플랑크톤 대발생이 정체 수역인 댐·저수지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은 댐에 물을 가두면서 유속이 감소한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속 느려지면서 남세균이 우세해져
하지만 유속을 느리게 한 결과, 남세균이 급증했는데, 37.73%로 가장 많아졌다. 규조류는 12.89%로 비중이 줄었다.
연구팀은 "규조류나 녹조류는 스스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영양물질 확산이 잘 일어나는 조건, 즉 높은 유속으로 교란이 일어나는 조건에서 잘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남세균은 공기주머니를 이용해 물속에서 수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정체된 환경에서 신진대사에 필요한 영양물질을 좀 더 쉽게 얻을 수 있어 낮은 유속에서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초기에 원생동물이 38.26%, 윤형동물(rotifer) 23.12%, 지각류 13.02%, 요각류 25.60% 등으로 나타났다. 유속이 느려지면서 원생동물은 16.24%로, 윤형동물은 4.22%로 줄고, 대신 지각류는 21.81%로, 요각류는 57.73%로 증가했다.
낮은 유속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물량이 증가하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지각류의 성장이 촉진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각류의 성장은 편모류·섬모류 같은 원생동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식물성 플랑크톤 특성 알아야 억제 가능
식물성 플랑크톤의 대발생이 일어난 댐에서 방류하면 댐 하류에서 유속이 증가하지만, 한번 증가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사라지지 않아 대발생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아울러 "유속을 직접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특정 식물성 플랑크톤의 대발생, 녹조를 억제하려면 해당 지역의 식물성 플랑크톤의 종류와 먹이사슬, 수문(水文) 조건은 물론이고 유속 변화에 대한 저항성·회복력 등과 같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세세한 특성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는 세균이 주도하는 종속 영양 패턴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주도하는 독립 영양 패턴으로 생태계가 전환하는 데 있어서 유속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독립 영양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만드는 것을 말하고, 종속 영양은 세균 등이 물속 유기물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유속은 강물 속의 미생물 먹이 그물 구조가 종속 영양 혹은 독립 영양 패턴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고, 나아가 강물의 질소 순환까지 제어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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