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점퍼 '마의 20%' 넘나..'텃밭' 호남서 긴장하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소위 ‘민주당 텃밭’이라고 불리는 호남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6·1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의 강세는 여전하지만 국민의힘 후보들도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서진(西進)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도일보 등의 의뢰로 알앤써치가 지난 21~22일 실시한 광주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주기환 국민의힘 후보는 19.0%를 기록했다. 57.9%를 얻은 강기정 민주당 후보에 크게 뒤졌지만, 지역 정가에선 20%에 육박한 주 후보의 지지율에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은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마다 결과가 들쭉날쭉하기는 하지만, 바닥 민심을 탐지해보면 주 후보의 득표율은 1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 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주던 경향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4년 전과 천지 차이”…호남 민심 달라졌나
이런 상황은 전남·전북도 비슷했다. 국민의힘의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는 17.5%(5월 22일 알앤써치·남도일보 등 조사)를,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는 13.4%(5월 23~25일 입소스·KBS 등 조사)를 얻었다. 상대 후보인 민주당의 김영록 전남지사 후보(65.4%), 김관영 전북지사 후보(60.2%)에 비하면 크게 뒤진 수치다. 하지만 보수정당이 호남에서 후보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과거와는 판이 달라졌다는 게 지역 정가의 인식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완패한 2018년 지방선거의 광주시장 선거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당은 후보도 내지 못했다. 바른미래당의 전덕영 후보가 출마했지만 단 5.1% 득표율로 이용섭 민주당 후보(84.1%)에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년간 사례를 통틀어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사로 출마해 20.5%를 득표한 박철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제외하곤 보수정당의 호남 광역단체장 후보 누구도 20%를 넘지 못했다.
김현장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은 3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4년 전 지방선거에 비하면 민심 변화가 천지 차이”라며 “우리 쪽 호남 후보들이 ‘마의 20%’를 넘으면 기적 같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호남권 인사도 “10%대 후반대 이상의 득표를 하면 국민의힘도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과 ‘윤석열 효과’ 결합
이에 민주당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에 지역 기반을 내줄 경우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안방’에서 경쟁자를 맞이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호남권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유의미한 득표를 하면 민주당의 호남 3석 승리의 의미도 줄어들 것”이라며 “2016년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킨 국민의당처럼 국민의힘이 대안정당으로 떠오를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선방 요인으로 자신들에 대한 실망감을 꼽는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전남 86.1%, 광주 84.8% 등 호남에서 몰표를 얻었지만 결국 패배했다. 전북권의 민주당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당에서 자성하는 목소리는 작았다. 오히려 광역·기초단체장 당내 경선에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것이 호남 유권자들에 피로감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국민의힘 의원 전원과 국무위원, 대통령실 수석 등을 이끌고 참석한 것은 호남권의 기대감을 불렀다. 민주당 관계자는 “5·18 기념식을 계기로 윤 대통령이 보수정당을 쇄신하기 시작했다고 본 호남인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과거 민주당에 실망한 호남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안 나가는 방식으로 거부감을 표현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국민의힘 후보에 표를 던지고 있다”며 “민주당으로선 선거 이후 쇄신과 자성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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