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탕웨이와 고레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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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우 탕웨이는 영화 '색, 계'(2007)가 세계적 성공을 거둔 뒤 중국 영화계에서 퇴출됐다.
탕웨이는 영화 '만추'(2010)를 찍은 후 중국 복귀에 성공했다.
박 감독은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송강호의 수상작 '브로커'는 일본 감독님의 화법과 연출로 만들어졌다. 제 영화에는 중국 배우 탕웨이가 출연했다"며 "한국이 중심이 되어 이런 교류가 활성화되고 범아시아 영화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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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우 탕웨이는 영화 ‘색, 계’(2007)가 세계적 성공을 거둔 뒤 중국 영화계에서 퇴출됐다. 친일파와의 격정적 사랑을 그린 영화가 항일운동을 폄하하고 친일파를 미화한다는 이유였다. 탕웨이는 순식간에 매국영화에 출연한 매국노로 전락했다. 모든 방송에는 출연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광고·사진·인터뷰까지 그녀의 모든 것이 중국 매체에서 완벽히 지워졌다.
배우 탕웨이를 살려낸 건 남편이 된 김태용 감독이었다. 탕웨이는 영화 ‘만추’(2010)를 찍은 후 중국 복귀에 성공했다. 지금은 홍콩·중국·할리우드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탕웨이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으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섰다. 한국 영화로 재기한 그녀가 한국 거장의 손을 잡고 세계 영화의 한복판에 진입한 거다.
3일 뒤에는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감독으로 불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배우 송강호를 포함해 한국 스타들과 나란히 칸 레드카펫에 섰다. ‘브로커’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한국어 영화. 일본 감독이 연출했지만 한국 자본과 한국 스태프가 만든 한국 영화다. 일본 최고의 감독은 ‘어느 가족’(2018·황금종려상) 이후 4년 만에 칸에 오면서 일본 대신 한국 영화계와 손을 잡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어느 가족’으로 커리어의 절정을 찍은 뒤 일본어 장편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그가 ‘브로커’에 앞서 만든 영화도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라는 프랑스어 영화. 배우들도 모두 프랑스·미국·한국 배우들로 채웠다. 성공한 감독이 해외에 진출해 외국 배우들과 외국어 영화를 만드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봉준호·박찬욱 감독도 그랬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의 연이은 선택에서는 결이 다른 고민이 엿보인다.
고레에다 감독은 거리의 부랑인들이 함께 사는 ‘어느 가족’을 만든 뒤 극우 인사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일본에 그런 부랑아 가족은 없다’거나 ‘일본의 치부를 팔아 외국에서 상을 샀다’는 모욕적 비난까지 들었다. 극우 비판을 의식했는지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고레에다 감독에게 축하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았다. 논란은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계가 인정한 예술적 성취가 일본식 배타주의에 묻혀 버린 거다. 이때의 경험이 고레에다 감독의 이후 선택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아시아의 자유로운 영화인들을 품기에 너무 경직된 사회가 돼버렸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 28일 박찬욱과 송강호, 한국을 대표하는 두 영화인이 칸 트로피를 함께 들어 올렸다. 한국이 경쟁 부문 2관왕을 받은 건 처음이다. 칸, 아카데미, 다시 칸으로 이어지는 대단한 성취다. 더불어 시사회 레드카펫에서는 수상 성적표만큼이나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 감독 옆 중국 배우, 일본 감독 옆 한국 배우. 한·중·일 영화인들이 어깨를 나란히 레드카펫을 걸었다. 한국 영화를 중심으로 아시아 3국이 손을 잡은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박 감독은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송강호의 수상작 ‘브로커’는 일본 감독님의 화법과 연출로 만들어졌다. 제 영화에는 중국 배우 탕웨이가 출연했다”며 “한국이 중심이 되어 이런 교류가 활성화되고 범아시아 영화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 영화가 아시아 허브로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기회가 우리 앞에 열렸다. 단 중국과 일본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국가주의와 일본의 순혈주의. 우리 내부에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활력과 유연함, 비판 정신을 유지할 때만 한국 영화는 또 다른 탕웨이와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품을 수 있다. 그래야 미래도 있다.
이영미 영상센터장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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